'구도(球都)'의 명성이 말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아쉬운 성적이 1차적인 문제다. 그러나 '구도의 성지'라고 불리는 부산 사직구장도 점점 낡아가면서 관리 주체인 부산시의 미온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롯데는 최근 3년 동안 입장요금을 동결했다. 또한 10개 구단 가운데 주중과 주말 입장 요금이 동일한 유일한 구단이 롯데다. 입장 요금의 연이은 동결로 2015년 7057원의 객단가는 2016년 6766원으로 떨어졌다. 2년 연속 객단가 최하위에 그쳤다. 이러한 현실은 롯데가 지난 시즌 85만 2639명의 관중수를 기록했지만 수입은 57억원에 그친 이유였다. 전체 4위의 관중 수를 기록했는데, 입장 수입 순위는 8위에 불과했다. 관중수 대비 입장 수입이 현저하게 적었다. KBO리그 평균 객단가는 1만442원이었다.
모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넥센은 2015~2016년 모두 객단가가 높았다(2015년 1만 708원, 2016년 1만 3175). 올해 넥센은 롯데보다 적은 78만명의 관중을 기록했지만 입장 수입은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올해 객단가가 1만2304원인 삼성은 롯데와 비슷한 수준인 85만 1417명의 관중수를 기록했지만 관중 수입은 롯데보다 2배인 104억원이었다.
'관중 1인당 평균 매입액'을 뜻하는 객단가는 구단의 마케팅과 매출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가치로 평가된다. 객단가가 높으면 당연히 입장 수입도 많아진다. 특히 프로구단들의 자생력이 화두가 된 요즘 객단가는 더욱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
최근 롯데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성적이 최고의 마케팅'이라고는 하지만 이 명제가 전부가 아닌 시대가 됐다. 성적의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과연 지금의 사직구장이 팬들의 발길을 이끌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직구장은 지난 1985년 개장했다. 문을 연 지 33년 째다. 오래된 야구장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구단들이 저마다 신구장 건설 및 리모델링을 통해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 반면, 사직구장은 아직 이런 단계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부산시의 다소 미온적인 태도와 롯데 구단의 고민이 상충된다. 부산시와 롯데 구단 간에 맺었던 3년의 임대 계약은 지난해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연간 약 11억원). 구단은 낙후되어가는 사직구장 시설의 개선을 통해 야구팬들에게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장기 임대 계약을 원했다. 지난 2015년 12월, 스포츠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프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25년 이내의 장기 위탁 계약이 가능해졌기 때문. 하지만 장기 임대·위탁을 위한 용역 연구비 1억2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부산시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못한 것. 결국 롯데는 울며 겨자먹기로 부산시와 올해 1년 단기 임대 계약을 맺은 뒤 장기 임대를 위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롯데의 낮은 객단가를 사직구장의 낙후된 시설과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할 부산시의 소극적인 태도를 이유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부산시의 롯데 그룹을 대하는 태도는 적대적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맞는 표현인 듯 하다. 그동안 롯데가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 쇼핑 및 유통업을 통해서 부산에서 거둬들인 수익에 비해 부산시와 시민들에 환원하는 것이 미흡했기 때문.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부문으로 문제 제기를 대입했을 경우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야구 자체가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문화서비스이고, 여가 활동이기 때문. 이 부분에 있어서 롯데 구단은 야구팬들에 인프라를 개선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롯데는 부산시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의 LED 조명시설 교체, 내야 흙 교체, 사직구장 내 화장실 전면 개보수 등 인프라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조명 시설은 2014년 경기 도중 정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내야 흙 문제로 내야 선수들이 타구 처리에 애로사항을 겪기도 했다. 낙후된 화장실은 팬들의 끊이지 않는 불만사항이었다. 조명과 흙을 교체하는 데 43억원을 투자했다. 화장실 개보수 비용까지 더해지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이를 롯데는 기부채납(국가 혹은 지자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 형식으로 진행했다.
LED 조명으로 교체한 뒤 진행된 '라이팅쇼'는 부산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조명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내야 흙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도 사라졌고, 화장실 개선도 효과를 봤다. 이 과정에서 사직구장의 소유주인 부산시의 지원은 사실상 없었다. 또한 구장 잔디 역시 지난 2006년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교체한 이후 전면 교체를 진행한 적은 없다. 이 부분에서 부산시의 무심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다.
SK 와이번스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대형 전관판 '빅보드' 교체를 단행한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롯데가 미국 프로스포츠처럼 지자체의 소극적인 지원에 프로 구단들이 '연고지 이전'이라는 강수를 꺼내드는 '프랜차이즈 게임'도 무턱대고 할 수 없는 처지다.
롯데 구단은 현재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산시와 원만하게 상황을 풀어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롯데의 푸념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그 전에 시민들에게 야구를 즐기게 만드는 야구장이 여가생활의 공간이자 안식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피해를 보는 것 역시 시민들이다. 야구가 단순히 세비 확보의 수단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재 롯데와 부산시의 관계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프로스포츠의 자생력도 키울 수 없다는 교훈도 일깨워주고 있다. /롯데 담당기자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