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을 앞두고는 꼭 고사를 지내야겠다”
진담 반, 농담 반을 던진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이제 해탈의 경지에 올라선 듯 했다. 올 시즌 끊이지 않는 팀의 부상 악령 때문이다. 주장까지 다시 바꾸며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2연패에 빛나는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날개가 꺾였다. 2일까지 19경기에서 건진 승점은 단 11점에 불과했다. 바로 앞 순위인 KB손해보험(승점 23점)과의 승점차도 어느새 크게 벌어졌다. 승리를 거둬 승점과 분위기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기회였던 3일 장충 우리카드전에서도 세트스코어 1-3으로 역전패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외국인 선수 로버트랜디 시몬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OK저축은행이다. 더군다나 외국인 운도 따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팀의 근간을 이루는 국내 선수들까지 줄줄이 부상 신세다. 주포인 송명근은 시즌 초반 적잖은 경기에 결장했고, 강영준도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 29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는 센터 박원빈이 오른 발목을 접질려 결국 시즌 아웃됐다. 검진 결과 인대 손상이 컸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블로킹을 위해 점프한 뒤 착지하다 당한 불운의 부상이었다. 3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는 레프트 송희채도 발목도 좋지 않아 경기에서 빠졌다. 돌이켜보면 올 시즌 100% 전력을 가동해본 적이 드문 OK저축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은 새해를 맞아 강영준을 새 주장으로 선임하며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김세진 감독도 “팀 분위기는 좋다”고 애써 위안을 찾았다. 이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의지가 강해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전력 공백은 그대로 드러났다.
가뜩이나 높이가 낮은 중앙에 박원빈까지 빠지자 공·수 모두에서 힘겨웠다. 김정훈은 4점, 한상길은 2점에 그쳤다. 두 선수가 합작한 블로킹도 2개뿐이었다. 송희채 대신 레프트 자리에 들어간 강영준은 2세트 10개의 리시브 시도에서 성공률 0%를 기록하는 등 상대의 목적타에 고전했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1세트에 호조를 보였던 모하메드-송명근 쌍포의 화력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잦은 서브 범실로 추격이나 도망가는 흐름을 스스로 끊었던 점도 아쉬웠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큰 액션으로 승리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으나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장충=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