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전 지바롯데)과 임창용(KIA)은 되는데,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은 안 되는 것일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이야기다.
오승환의 WBC 대표팀 발탁을 두고 새해부터 찬반 양론이 뜨겁다. 지난해 11월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오승환은 제외됐다. 그런데 수술(김광현, 이용찬, 정근우)과 메이저리그의 비협조(추신수, 김현수)로 대표팀 전력이 약화되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오승환을 발탁하고 싶어한다. 선발도 약해지는데, 믿을 만한 마무리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오승환을 발탁하지 못한 것은 해외 원정 도박에 따른 도덕적인 비난, KBO의 징계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고려됐다.
그런데 원정 도박 전력이 있는 임창용은 대표팀에 발탁됐고, 국내 복귀 시 2년간 출장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 이대은은 프리미어12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들과 처지가 다를 바 없는 오승환에게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차별로 볼 수 있다.
오승환은 2015년 말 삼성의 도박 파문이 터지면서 과거(2014년) 해외 도박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임창용(KIA)과 함께 단순도박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형(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적인 징계는 끝난 일이다.
오승환과 함께 사법기관의 징벌을 받은 임창용은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발탁됐다. 임창용은 삼성에서 방출된 뒤 KIA와 계약, 지난해 KBO의 출장 정지(72경기) 징계를 소화하고 리그에 복귀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좋은 구위를 지녀 대표팀 마무리 요원으로 뽑혔다.
오승환은 임창용처럼 출장 정지(시즌 절반, 72경기) 징계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발탁하면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있다. 그런데 오승환은 현재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 처지라, KBO리그 복귀를 전제로 한 징계를 당장 소화하지 못한다. '복귀 조건부 징계'라 따르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다. '이대은 케이스'와 똑같다.
이대은은 2015시즌 말 지바 롯데 소속으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대은은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리그에 진출했기에 국내 복귀 시 2년간 출장 금지 징계 대상이다. KBO는 유망주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파가 국내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소속팀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2년이 지나야 국내 프로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규정을 유지 중이다.
국내 복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대은은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KBO리그에서 한 번도 뛰지 않은, 2년간 복귀 유예 대상 해외파 중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힌 선수였다. 그리곤 프리미어12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경찰 야구단에 합격했다.
당초 해외파 2년 복귀 유예는 퓨처스리그 상무, 경찰청도 해당돼 이대은은 군경 야구단 지원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KBO는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구단과 계약한 선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KBO가 정한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KBO 퓨처스리그에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특별 예외 규정을 만들어 이대은에게 혜택을 줬다.
오승환은 WBC 대표팀에 참가하더라도 이대은처럼 개인적인 이익을 받을 게 없다. 도박 사건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오승환 측은 "대표팀은 KBO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준비는 하고 있겠다"는 뜻을 보였다.
KBO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하루빨리 '오승환 논란'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승환은 곧 미국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승환을 대표팀으로 뽑는다면 뽑아야 하는 절박함과 책임감을 보여주고, 뽑지 않는다면 다시 재론되지 않게 못 박는 것이 선수나 대표팀 모두에게 깔끔할 것이다. 더불어 오승환을 발탁한다 해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또다른 과제가 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