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황택의 독주체제, 허수봉이 제동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3 06: 16

‘주전 발돋움’ 황택의, 사실상 신인왕 예약
‘무서운 아이’ 허수봉, 추격자 될 수 있을까
올 시즌 V-리그 신인왕 판도는 남자부 황택의(21·KB손해보험), 여자부 지민경(19·KGC인삼공사)의 독주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여자부는 별다른 변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지민경 외에는 꾸준한 출전 시간을 얻는 선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남자부도 황택의가 무난하게 반환점을 돌았다. 2016-2017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인 황택의는 2일까지 18경기·65세트에 출전했다. 출전 기록만 놓고 보면 독보적이다. 활약도 좋다. 그런데 남자부에 변수가 등장했다. 현대캐피탈의 차세대 공격수 허수봉(19·197㎝)이 추격자로 나섰다.
대한항공의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은 허수봉은 잠재력만 놓고 보면 최고의 윙스파이커(레프트)로 성장할 수 있다는 극찬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무대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프로에 입단한 만큼 당분간은 적응하고 배워야 할 선수이기도 했다. 결국 레프트 자원이 많은 대한항공과 센터 자원이 많은 현대캐피탈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현대캐피탈은 이 고졸 루키를 위해 즉시전력감 센터인 진성태를 내줬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현대캐피탈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허수봉이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허수봉은 2일까지 8경기에서 15세트에 나서 26득점을 올렸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공격 성공률은 54.35%로 수준급이다. 강한 인상 속에 서서히 출전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이기도 하다.
3라운드까지 9세트에 나서는 데 그쳤던 허수봉은 4라운드 들어 2경기에서만 6세트에 나섰다. 6세트에서 총 16점을 기록하는 등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라인을 이루는 외국인 선수 톤과 박주형이 부진하거나 체력을 안배해야 할 상황이 있을 때 들어가 패기를 떨치고 있다. 당장 주전으로 뛸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전반기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의 기회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최태웅 감독도 “어린 선수지만 배짱이 있고 기본기가 좋다”라고 허수봉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코트를 보는 시야를 넓힐 필요는 있지만 공격 기술이 좋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잘 키우면 팀의 간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기적인 성장 모델로 역대 최고의 레프트 중 하나인 이경수(전 KB손해보험)를 뽑을 정도니 최 감독과 팀의 엄청난 기대를 읽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신인왕 판도는 황택의가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어느덧 KB손해보험의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차며 ‘대형 신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현재 기량은 물론 팀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차원도 숨어있다. 점점 성장하는 모습은 팬들을 즐겁게 한다. 뒤늦게 뛰어든 허수봉이 이 판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마리 말이 달리는 것보다는 두 마리 말이 함께 달리는 것이 더 재밌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봐도 그런 판도가 바람직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황택의(왼쪽)-허수봉. 한국배구연맹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