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일제히 종무에 들어간 10개 구단이 달력을 한 장 찢고 다시 사무실을 열었다. 잠시 멈췄던 2017년 연봉 미계약자들과의 협상이 재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대다수의 구단들이 80~90% 정도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진짜 연봉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뒤로 미뤄놨던 대어들, 그리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굵직한 선수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1월 중순 정도까지는 모든 협상이 끝나는 게 바람직한 가운데 각 구단별로 결과가 주목되는 선수들을 뽑아봤다. (WAR 제공 스포츠투아이).
두산 - 김재환
2016년 연봉 5000만원, 2016년 WAR 6.70
엄청난 힘으로 두산의 거포 갈증을 완벽하게 해결했다. 올해 134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1.035를 기록함은 물론 37개의 홈런과 124개의 타점을 보태며 완전히 알을 깼다. 두산 국내 선수의 홈런 및 타점 역사를 모두 갈아치운 김재환의 지난해 연봉은 50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냥 성적만으로도 억대 연봉 진입은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까지 있다. 인상률을 놓고 관심이 모인다.
NC - 원종현
2016년 연봉 8000만원, 2016년 WAR 1.62
대장암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선 드라마를 쓴 원종현이다. 성적도 따라왔다. 올해 54경기에서 70⅔이닝을 던지며 3승3패3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15년 한 해를 통째로 쉰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투구 내용이었다. 올해 억대 연봉 진입이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그렇다면 나이 만 30세에 찾아온 첫 억대 연봉이 된다. 원종현은 2014년 좋은 성적을 내며 연봉이 수직 상승(2700→8000만원)했던 기억이 있다.
LG - 오지환
2016년 연봉 2억5000만원, 2016년 WAR 4.58
LG의 신연봉제에서 좋은 쪽으로든(2011년), 나쁜 쪽으로든(2012년)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선수. 2013년 억대 연봉에 재진입해 완만히 상승했던 오지환의 연봉은 지난해 2억5000만 원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만큼 또 한 번의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 또 다시 골든글러브를 놓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잠실 유격수로는 첫 20홈런을 기록했고 팀 성적도 괜찮아 적잖은 인상폭이 예상된다. 군 문제가 있지만, 연차로는 FA가 점점 다가온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넥센 - 김민성
2016년 연봉 2억2000만원, 2016년 WAR 2.38
가장 빠른 속도로 연봉협상을 마쳐가고 있는 넥센은 세 명의 미계약자(서건창·고종욱·김민성)가 남아있다. 세 선수 모두 인상 요인이 있는 선수들인데, 김민성은 예비 FA라는 신분 때문에 더 큰 관심이 모인다. 올해 141경기에 나가 타율 3할6리, 17홈런, 90타점을 기록하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출전 경기수가 많아 고과 자체도 높을 수밖에 없다. 서건창과 팀 내 연봉 2위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이는 데 이 결과 또한 흥미롭다.
KIA - 서동욱
2016년 연봉 5800만원, 2016년 WAR 3.56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신데렐라다. 사실상 방출 직전의 선수였지만 1년 사이 KIA의 구세주로 등극했다. 올해 124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 16홈런, 67타점을 기록했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등 팀 공헌도도 높았다. 최근 3년 연속 내리막을 타왔던 연봉(9000→7500→5800만원)을 다시 상승세로 돌려놓을 것이 확실하다. WAR도 FA 혹은 FA 계약자를 제외한 선수 중 가장 높았다. 역시 만만찮은 인상폭이 예상된다.
SK - 정의윤
2016년 연봉 1억2000만원, 2016년 WAR 3.17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SK의 연봉 협상에 남은 마지막 ‘산’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하는데 지난해까지 연봉이 높지 않아 올해 인상폭이 관심이다. 꼭 예비 FA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 올해 144경기 전 경기에 나섰고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SK의 고질적인 고민이었던 4번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가 가능하다. FA 선수를 제외한 야수 협상 대상자 중 고과 1위로 인상폭이 관심이다.
한화 - 장민재
2016년 연봉 3700만원, 2016년 WAR 1.62
부상자가 속출한 올해 한화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이름이었다. 새로운 마당쇠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8경기(선발 13경기)에서 119⅓이닝을 던졌다. 꾸준히 선발로 뛴 송은범(122이닝)에 이은 팀 내 이닝 2위. 6승6패 평균자책점 4.68의 성적도 비교적 양호했다. 지난해 연봉이 37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폭의 인상을 기대할 만하다. 억대 연봉도 가능해 보인다. 헌신한 대가를 연봉으로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 정대현
2016년 연봉 3억2000만원, 2016년 WAR -0.01
다른 선수들과는 반대로 삭감폭에 관심이 몰리는 선수다. 2012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FA 계약을 했던 정대현은 FA 재자격 취득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2년 연속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2015년 5억 원에서 지난해 3억2000만 원으로 연봉이 깎였는데, 지난해 성적도 나을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삭감이 불가피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후반기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도 불리하다.
삼성 - 구자욱
2016년 연봉 8000만원, 2016년 WAR 4.78
팀 성적이 9위까지 추락한 삼성에서 그나마 대폭 인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올해 108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 14홈런, 77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2년차 징크스를 사전에서 지웠다. 부상으로 출전 경기가 많지 않다는 점은 다소 불리한 요소겠지만 기본적인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 삼성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그나마 난로가 따뜻할 선수다.
kt - 주권
2016년 연봉 3600만원, 2016년 WAR 2.70
우울했던 kt의 2016년에 그나마 한줄기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였다.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28경기에서 134이닝을 던져 6승8패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20대 초반 투수들 자체를 보기 어려운 판국을 생각하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하위에 떨어진 팀 성적이 변수로 떠오르겠지만 승리, 이닝, WAR 등 전체적인 지표를 놓고 보면 억대 연봉 진입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