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신인 포수 신진호(26)는 팀에 합류하기까지, 험난한 스토리의 중심에 있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NC에 지명됐지만 지명 직전까지 드래프트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다. 신진호는 지난 2009년 전남 화순고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메이저리그를 밟지 못하고 지난 2014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2년의 기다림 끝에 한국으로 복귀하려던 찰나, 신진호의 명확하지 않은 신분 상태가 걸림돌이 됐다. KBO 규약 107조는 '외국 구단과 계약한 국내 아마추어 선수는 계약종료 뒤 2년 유예기간이 지나야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진호는 당시 '임의 탈퇴(Voluntary retirement)' 상태였던 것.
신진호는 부랴부랴 캔자스시티측에 요청해 신분을 정정했지만, KBO는 규약의 '계약 종료'를 방출(realesed)로 유권 해석을 내렸다. 신진호는 졸지에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신진호는 서울중앙지법(제50민사부)에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고, 우여곡절 끝에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신진호는 "캔자스시티에 신분 확인을 했을 때 '어렵겠구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나는 당장 무조건 드래프트 참가를 원했고,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 준비에 나섰다. 만약 2년을 더 쉬었으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때가 되면 나를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며 긴박했던 당시를 돌이켰다.
굴곡의 시기를 모두 보내고, 결국 드래프트에 참가해 1라운드 지명이라는 상위 순번의 기대주가 됐다. "3~4라운드 정도에 지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1라운드 NC 순서에 가만히 있다가 드래프트 장에 함께 오신 아버지께서 나를 툭 치셨다. 일어나서 인사하며 얼떨떨했다. 고양에 합류해서 유니폼 받고 입으니까 드디어 실감이 났다"며 지명 당시를 회상한 신진호였다.
미국과는 다른 한국의 힘든 훈련 스케줄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드래프트 직후 고양의 C팀(퓨처스팀)에 합류해 다시금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자유롭게 운동했고, 쉬는 기간에도 편하게 운동했다"면서 "공백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했던 것은 운동이 아니었다"면서 프로에서의 훈련을 몸소 체험한 느낌을 전했다.
NC는 현재 포수 포지션 자체가 빈약하다. 주전 김태군 외에는 뚜렷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용덕한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박광열, 김태우 등도 경험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김태군은 올해를 끝으로 군대에 무조건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수 자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고, 신진호에게도 기회가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신진호 역시 마무리캠프 당시 이런 분위기를 단 번에 느꼈다. 그는 "아마 포수들의 경쟁이 제일 심할 것이다. 경쟁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훈련이 힘들어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경쟁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진호의 무기는 '파이팅'이다. 그는 "어깨도 자신있고, 프레이밍도 자신 있다. 하지만 나는 에너지 넘치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포수는 에너지를 팀에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포수가 쳐져있으면 팀도 쳐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본의 아니게 휴식의 시기도 가졌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어릴 때라 아직 머리와 가슴 모두 성장이 덜 됐을 때다. 강했어야 하는데 버텨내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성숙해진 것은 당연하다. 이제 성숙함, 그리고 파이팅을 무기로 공백의 시기를 채워야 한다. "그동안 많이 쉬었다"는 것의 신진호의 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포수 포지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다시 하나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신진호는 "내가 첫 번째 할 일은 포수를 다시 배우는 일이다. 미국에서 배웠던 것은 포수가 아니라 소통이나 언어, 문화를 많이 배웠지, 기술적으로는 배우지 못했다. 아직 프로야구 포수라고 느끼지 못한다. 포수가 극한 직업이지만, 힘들면서도 재밌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포지션이다. 배울 것이 너무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가더라도 새로운 것을 나온다. 그러다 보니 힘들어도 따라하게 된다. 계속 또 다른 것이 나오니까 궁금하다"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포수 포지션에 즐거움을 보였다.
이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몸 상태는 70% 정도. 체중 감량도 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스프링캠프 참가다. 신진호는 "스프링캠프가 첫 발걸음이다. 배터리 코치님, 타격 코치님, 감독님 모두 열심히 하는 것을 주의깊게 봐 주셨다. 열심히 하다보면 스프링캠프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파이팅 넘치고 열심히 하는, 근성 있는 선수를 좋아하시니까"라고 덧붙이며 자신을 어필하는 데 자신감을 내비쳤다. /jhrae@osen.co.kr
[사진] 위-2017 신인 드래프트 지명 당시 신진호.
[사진] 아래-지난해 9월, 마산구장에서 열린 '드래프트 데이'에 모습을 비춘 신진호. NC 다이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