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요미’ 대 ‘지염둥이’의 신인왕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부천 KEB하나는 2일 부천체육관에서 개최된 삼성생명 2016-17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청주 KB스타즈를 58-48로 물리쳤다. 2연패를 끊은 2위 KEB하나(10승 9패)는 새해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KB스타즈(6승 13패)는 최하위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김지영(19, KEB하나)이 대세였다. 김지영은 화려한 개인기와 악착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특히 ‘더블클러치’로 한 번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핀무브’에 이은 레이업슛을 선보인 이주연(19, 삼성생명)도 만만치 않은 후보로 꼽힌다.
박지수(19, KB스타즈)의 뒤늦은 등장으로 신인왕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박지수는 청소년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12월 17일 우리은행전에서 데뷔했다. 데뷔는 늦었지만 활약은 강렬하다. 박지수는 데뷔 후 5경기서 9.2점, 9.6리바운드, 2.2블록슛을 해내고 있다.
신인왕은 15경기 출전 이상을 경우 수상이 가능하다. 박지수가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 박지수는 아직 출전경기수가 모자라 개인기록순위에서 빠져있다. 박지수가 시즌의 2/3 이상을 소화할 경우 기록을 인정받게 된다. 박지수의 기록은 득점 16위, 리바운드와 블록슛 전체 2위에 해당된다. 신인왕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리그최고 수비수급 성적을 내고 있다.
박지수는 체력이 허락한다면 출전시간이 점점 늘어날 전망. 반면 김지영은 팀내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에이스 김정은이 복귀하며 김지영의 출전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김이슬까지 부상에서 곧 복귀할 전망이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김정은이 돌아왔다고 김지영의 출전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출전시간은 하는 만큼 본인이 찾아가는 것이다. 감독은 이기기 위한 조합을 찾을 뿐”이라고 했다. 김지영이 잘한다면 출전시간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지영과 박지수는 새해 첫 경기서 충돌했다. 주전으로 나선 김지영은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영리한 골밑슛으로 첫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잦은 교체로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다. 잠잠했던 김지영은 2쿼터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를 성공했다. 간발의 차이로 노골이 선언됐지만 과감함이 돋보인 슛이었다.
박지수는 1쿼터 후반 피어슨과 함께 투입돼 처음 코트를 밟았다. KEB하나도 박지수를 막기 위해 184cm 이하은을 동반 투입했다. 이하은은 박지수를 외곽으로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점프슛을 던졌다.
수비에서 박지수의 위력은 컸다. 리바운드 경합이 붙으면 박지수가 공을 따냈다. 공격시간에 쫓긴 어천와가 급하게 슛을 쏘자 박지수가 막아냈다. 196cm에 달하는 높이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경쟁력이었다. 다만 공격은 아쉬웠다. 박지수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 레이업슛을 놓치는 등 공격무기 개발이 절실했다.
두 선수는 경기 중 서로를 막기도 했다. 박지수가 점프슛을 쏘자 김지영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김지영이 점프슛을 시도할 때 박지수가 도움수비를 오기도 했다. 김지영은 박지수를 앞에 두고도 당황하지 않고 슛을 성공시켰다. 김지영은 4쿼터에도 과감하게 3점슛을 꽂아 10점째를 올렸다. 확실히 공격력은 김지영이 한 수 위였다. 김지영은 종료 1분 9초를 남기고 과감한 돌파로 자유투를 얻었다. 그는 1구를 넣어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이날 김지영은 팀내최다 13점을 올리며 박지수(2점, 3리바운드)보다 돋보였다. 팀 성적까지 더 좋은 김지영은 새해 첫 경기서 웃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두 선수는 시즌 내내 신인왕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부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