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마지막 해 김성근 감독 각오
"개인보다 팀 명예회복 위해 노력"
"명예회복? 감독이 아닌 팀이 먼저다".
한화 김성근(75) 감독에게 2017년은 계약기간 3년의 마지막 해이다. 어느덧 우리나이 76세의 고령인 김 감독에게 2017년은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입지가 부쩍 좁아진 김 감독에게 2017시즌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인 것이다.
한화 구단은 한국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김 감독이 꼭 명예회복하고 마무리하길 바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김인식 감독님을 떠나보낼 때처럼 멋지게 마무리하는 게 최상의 그림이다. 구단 차원에서 좋은 마무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과거 김 감독이 거친 팀들은 대부분 끝이 안 좋았다.
구단에선 김 감독의 명예회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 감독은 "명예회복이라는 건 내가 아니라 구단이다. 구단이 감독의 명예회복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주변에서 '명예회복을 하셔야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 바깥에서 할 수 있는 말이다"고 속내를 밝혔다.
오히려 김 감독은 "명예회복에 대한 의식은 하나도 없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감독 개인의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팀을 하나로 잘 만들어 다음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둘 것이다"며 "다음 사람(감독)에게 이어갈 수 있는 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냥 넘겨줄 순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화가 올해 엄청난 성적을 내지 않는 이상 김 감독이 재계약을 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김 감독도 그 점을 인지하며 "과거 태평양, 쌍방울, LG, SK를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화 역시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 감독이 기대한 FA, 방출 선수 등 외부 수혈이 없었고, 재활을 하고 있는 부상 선수들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투수도 없고, 포수도 없고, 유격수와 2루수도 백업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 전력으로 어떻게 싸워야 하나 싶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야구는 해야 한다. 팀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지난 2년간 다른 것은 몰라도 팀 분위기를 바꾸며 구심점을 만들려 노력했다. 그런 점은 지난해 후반부터 희망적이다"고 기대했다.
한화는 지난 2009년 대전에서 시즌 최종전 직후 재계약이 불발된 김인식 감독에게 선수단 전체가 그라운드에서 큰절을 올리며 감사함을 표했다. 2014년을 끝으로 물러난 김응룡 감독은 구단 행사를 사양해 특별한 장면은 없었지만 시즌 중 자진 사퇴를 표했을 때 구단 차원에서 말리며 끝까지 예우를 지켰다. 김성근 감독도 약속한 계약기간을 끝까지 채우기로 했다.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한화와 김성근 감독, 과연 2017년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까. 김 감독의 명예회복이 곧 한화의 명예회복을 의미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