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인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부터, 현대캐피탈의 높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중앙이 강했고 찬란한 ‘센터 계보’가 이어져왔다. 윤봉우(35·한국전력·199㎝)와 이선규(36·KB손해보험·199㎝)도 그 계보에 반드시 포함될 법한 이름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두 선수는 현대캐피탈의 중앙을 이끈 오랜 동료이자 친구다. 프로 원년부터 팀의 중앙을 지켰다. 당장 V-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블로킹을 성공시킨 선수가 이선규(909개)고, 2위가 윤봉우(776개)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아픔도 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현대캐피탈과의 인연이 그렇게 깔끔하게 끝나지 않았다.
이선규는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에 갔다.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개인적으로도 자존심이 상했던 시기였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윤봉우는 플레잉 코치로 뛰기도 했다. 사실상 은퇴 수순이었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어 했던 윤봉우는 구단과 조율을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 사이 다시 FA 자격을 얻은 이선규는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이제 서로 적으로 만나는 것이 더 익숙해진 두 선수의 블로킹 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많은 후배들이 있지만 ‘최고’의 자리를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 12월 31일 현재 올 시즌 남자부 블로킹 1위가 윤봉우(세트당 0.738개), 2위가 이선규(0.608개)다. 공격에서 장점을 보이는 많은 후배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블로킹 능력만은 아직 두 선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봉우는 한국전력의 복덩이다. 당초 노쇠화 우려도 있었지만 시즌이 절반을 지난 시점 그런 이야기는 싹 사라졌다. 블로킹 1위는 물론 공격 성공률에서도 56.21%로 선전 중이다. 높이에 문제가 있었던 한국전력의 문제점을 깨끗하게 지워냈다. 2016년 마지막 날에 열렸던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도 진가가 드러났다. 마지막 5세트에서 블로킹 퍼레이드를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예봉을 완전히 꺾었다.
이선규도 KB손해보험의 센터진을 이끌며 고군분투 중이다. 파트너인 하현용의 부상으로 부담이 커졌음에도 묵묵하게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높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이선규를 영입한 팀의 기대치에 비교적 부응하는 성적이다. 네 차례나 블로킹 왕좌에 올랐던 경험은 원숙미가 넘친다.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임무도 충실하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 팀 내 최선임급이 된 두 선수가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여전히 화려한 불꽃을 태우고 있는 ‘철의 장막’들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