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아쉬운 이승현, 아버지에게 선물하지 못한 승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1.01 06: 06

‘효자’ 이승현(24, 오리온)이 뜻깊은 날 승리를 하지 못했다. 
고양 오리온은 31일 오후 10시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시즌 KCC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서울 SK와 접전 끝에 74-77로 패했다. 오리온(17승 8패)은 3위로 추락하며 선두 삼성(18승 6패)과 격차가 벌어졌다. SK(9승 16패)는 9위를 유지했다.  
원래 오후 4시였던 이번 경기는 밤 10시로 시간이 조정됐다.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취지로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6083명의 관중석이 모두 매진돼 만원사례를 이뤘다. 

이승현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이승현의 부친 이용길(58)씨가 새해 마지막 날에 생일을 맞았기 때문. 이승현은 경기시간이 변경되며 본래 계획했던 가족모임도 갖지 못했다. 이승현의 경기를 보는 낙으로 사는 이용길 씨는 이날도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다. 아버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멋진 모습으로 승리하는 것이 이승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승현은 다음 시즌에도 오리온에서 뛴다. 본래 상무 입대도 계획했지만 마음을 바꿔먹었다. 부친이 폐암을 앓고 있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터였다. 이승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오리온 선수들도 비장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추일승 감독은 “선수단에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승현이가 훈련을 마치고 아버지의 치료에 동행하는 등 마음을 썼다. 효자다”라며 이승현을 칭찬했다. 
이승현의 부모님은 모두 농구선수출신이다. 하지만 스타선수는 아니었다. 이승현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모습은 부모님에게 큰 자랑이다. 이승현은 어려서부터 최고의 엘리트 선수였다. 하지만 늘 겸손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덕분이다. 이승현의 부모는 이승현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전국방방곳곳을 누비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오늘 날의 이승현이 있었다. 
경기 전 문경은 감독은 오리온 요주의 선수로 이승현을 꼽았다. 문 감독은 “우리 팀에는 골밑에서 침 한 번 삼킬 줄 아는 선수가 없다. 파워포워드 숫자는 많지만, 여유 있게 바깥으로 패스를 빼주는 선수가 없다는 소리다. 그런 선수가 이승현이다. 이승현에게 도움수비를 가면 오리온 외곽이 확 살아난다. 이승현을 도움수비 없이 막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경계했다. 
SK는 김민수와 최준용에 한꺼번에 복귀했다. 이승현을 의식한 처방이다. 이승현은 이승현이었다. 그는 전투적인 몸싸움을 바탕으로 리바운드를 하고 골밑슛을 넣었다. 외곽이 비자 거침없이 이승현의 슛이 터졌다. 
이승현은 종료 3분 53초전 4점 차로 달아나는 3점슛을 꽂고 포효했다. 하지만 승리는 녹록치 않았다. 4쿼터 막판 한 점을 뒤진 오리온의 공격. 이승현이 골밑슛을 시도하자 최준용이 완벽한 블록슛을 터트렸다. 속공에 나선 SK는 변기훈의 레이업슛 성공과 동시에 종료부저가 울렸다. 
이날 이승현은 15점, 5리바운드, 2스틸로 분전했다. 하지만 막판 최준용에게 결정적인 블록슛을 얻어 맞으며 승리할 기회를 놓쳤다. 이승현은 부친의 생신에 승리를 선물할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이승현의 효심은 제대로 전해진 따뜻한 2016년 마지막 날이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