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시즌 뒤 나란히 FA 자격 취득
확고한 팀 내 입지, 대박 계약 꿈꾼다
메이저리그(MLB) 연착륙에 성공한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과 김현수(29·볼티모어)가 운명의 2017년을 맞는다. 2017년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즌 활약상에 따라 연장계약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오승환과 김현수는 2016년을 앞두고 각각 현 소속팀과 2년 계약을 맺었다. 오승환은 1+1년에 옵션 포함 총액 1100만 달러, 김현수는 2년 700만 달러에 사인했다. 그런 두 선수는 2016년 MLB 무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팀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채 시즌을 마쳤다.
오승환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였다. 초반부터 발군의 안정감을 선보인 끝에 중반에는 팀의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지난 시즌 성적은 환상적이었다. 76경기에서 79⅔이닝을 던지며 6승3패19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무려 2.6이었다. 이는 MLB 전체 불펜 투수를 통틀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김현수는 드라마를 썼다. 스프링캠프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어 한때 마이너리그행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보란 듯이 실력을 증명했고 5월 말 이후로는 팀의 주전 선수로 우뚝 섰다. 비록 규정타석에는 한참 모자랐지만 95경기에서 타율 3할2리, 출루율 3할8푼2리, 장타율 0.420, OPS(출루율+장타율) 0.801, 6홈런, 22타점을 수확했다. 출루율은 볼티모어의 주축 선수들 중 가장 좋았다.
이런 두 선수의 올해 팀 내 입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승환은 마무리 자리를 지킨다. 존 모젤리악 단장과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올해 개막 마무리로 일찌감치 오승환을 예고했다. 김현수는 좌익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여전히 ‘플래툰’이라는 단어를 완벽히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완벽히 달라진 입지다. 팀이 외야 보강에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김현수에게는 긍정적이다.
FA 대박도 노려볼 수 있다. 풀타임 30세이브 가능성이 점쳐지는 오승환은 지난해 정도의 성적만 유지해도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장기 계약은 어렵더라도 연간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특급 계약은 가능해 보인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들의 몸값이 치솟은 것도 오승환에게는 유리한 환경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과의 연장계약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시장에 나가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유리하다.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좌완에 약했던 모습에서 탈피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출전 기회가 늘어날 것이고, 지난해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MLB 무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덕에 타격 기술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김현수의 지난해 WAR은 0.9. 이 수치를 끌어올린다면 아직 만 30세가 되기 전 FA 장기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생긴다. 볼티모어는 출루율이 고질병이었고, 김현수를 확실한 대안으로 생각할 시나리오도 개연성이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현수(왼쪽)-오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