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야심차게 준비한 ‘새해맞이 특별경기’가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고양 오리온은 31일 오후 10시 고양체육관에서 서울 SK를 상대로 2016-17시즌 KCC 프로농구 3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최준용의 막판 블록슛으로 SK가 짜릿하게 77-74로 이겼다. 원래 4시였던 경기시간이 10시로 조정됐다.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게 한다는 취지로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리온과 SK 구단 관계자들 모두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 경기시간 조정에 적극 찬성했다. 추일승 감독은 “오늘 관중들이 많이 오셨다고 들었다.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 31일 밤 경기가 정례화 됐으면 좋겠다”며 거들었다. 문경은 감독도 “적극 찬성이다. 새해맞이 경기도 좋고, 지방경기도 좋다. KCC가 군산에서 경기를 하니 얼마나 좋은가. 중소도시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만하다”고 반겼다.
팬들도 적극 반겼다. 보신각 타종행사 등을 보기 위해 야간에 추운 야외에서 벌벌 떨어야 한다. 하지만 따뜻한 농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새해다짐도 하니 일석이조였다. 이날 고양체육관에는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붐볐다. 3층 관중석까지 6083석이 모두 매진돼 경기장이 가득 찼다. 광고를 위해 통천으로 가려 판매불가한 좌석을 빼고 모두 팔렸다.
가족단위 팬들이 가장 많았다. 알콩달콩 농구장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오리온은 경기 전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팬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했다. 다른 구단의 협조로 다양한 경품도 쏟아졌다.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평소와 다른 일과를 보냈다. 본래 4시 경기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했다. 하지만 10시 경기를 위해 오후 운동을 하고 저녁식사를 미리한 뒤 휴식을 취했다고. 문 감독은 “어제 오늘 스케줄에 맞춰서 운동을 했다. 선수들이 점심먹고 잠깐 오침을 한 뒤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휴식이 길어지니 마치 시차가 생긴 느낌이다. 그래도 경기력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시간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오히려 관중이 많이 들어차니 선수들도 신나서 경기했다. 오데리언 바셋은 화려한 개인기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제임스 싱글톤의 앨리웁 덩크슛이 터지자 관중들은 탄성을 질렀다. 처음 농구장을 찾은 팬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
밤 11시 44분, 73-73 동점을 만드는 김우겸의 점프슛이 터졌다. 승부가 연장으로 기울면 KBL은 경기를 잠시 중단하고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진행한 뒤 경기를 속개한다는 계획이었다. 선수들 입장에서 연장전 없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종료 38.1초를 남기고 바셋이 돌파를 시도했다. 최준용이 막아섰다. 골텐딩 여부를 심사했는데 최준용의 파울이 선언됐다. 바셋이 자유투 2구를 얻어 1구만 넣었다. 이어 싱글톤의 역전 골밑슛이 터졌다. 이승현의 골밑슛을 최준용이 막았다. 변기훈의 속공이 터졌다. 경기가 그렇게 끝났다.
경기가 SK의 승리로 끝나자 6천여 관중들이 아쉽지만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경기 종료 후에도 좌석을 떠나지 않고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에 동참했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농구장이 뜨거운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KBL이 마련한 색다른 이벤트는 성적과 내용 모두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