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도깨비', 김은숙표 판타지가 유치하지 않은 이유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6.12.31 15: 35

"내 옆에 도깨비가 존재할 것 같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 대한 반응이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삼신, 그리고 그 위의 어떤 존재까지도 존재할 것 같은 이 판타지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감탄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도깨비의 모든 순간이 유치하지 않다는 것.
'도깨비'는 특별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김은숙 작가가 판타지가 총집합된 로맨스를 썼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판타지, 미지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여고생 지은탁(김고은 분)이 살고 있는 집에 심지어 사람은 한 명. 도깨비(공유 분)와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룸메이트다.

자칫 오글거리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서(물론 현실적이진 않다) 유치해질 수 있었던 작품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다시 한 번 멋지게 살려냈다.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주인공이라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도서관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단풍국 캐나다가 펼쳐진다고 해도 유치하지 않다. 이 마법 같은 순간들을 시청자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이전에 김은숙 작가의 탄탄한 대본의 힘이다.
다른 소재이긴 하지만 '도깨비'를 보면 수많은 어린이들을 마법의 세계로 몰고 간 '해리포터' 시리즈가 떠오른다. 두 작품 모두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다고 믿는, 판타지의 범주에 들어가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유치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것이 닮았다. '도깨비'의 김신과 저승사자가 어딘가 있을 것 같이 자연스럽고, '해리포터'의 마법학교가 실존할 것 같은 느낌은 역시 탄탄한 '글발' 덕분이다. 이 마법 같은 순간이 에피소드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물론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그리고 육성재까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케미'와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기도 하다. 공유는 특유의 담백함으로 유치한 대사도 매력적으로 소화하고, 이동욱 육성재와 그리는 남남케미 역시 웃음 포인트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어떤 마법 같은 순간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것.
김은숙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동안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만든 것보다 더, 도깨비와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놀랍기도 하다. 물론 간혹 오글거리는 도깨비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애교 있는 대사와 김은숙 작가의 위트다. /seon@osen.co.kr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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