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 풍년’ 대한항공, 대권 향한 회심의 미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31 06: 59

대한항공이 올 시즌 V-리그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뽑힌 것은 주전 선수들의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풍부한 선수층도 하나의 이유다. 특히 국가대표급 선수가 즐비한 레프트 포지션은 자타 공인 최고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의 구상대로 흘러가는 왼쪽 날개는 갈수록 탄탄해진다.
대한항공은 3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두고 2016년 마지막 경기에서 웃었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가 25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지만 이날 박기원 감독이 뽑은 숨은 주역은 신영수였다. 지난 24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시즌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활약한 신영수는 이날도 13점에 공격 성공률 70.58%를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박 감독은 신영수에 대해 “계획보다는 조금 늦게 올라왔다”고 말하면서도 이날 활약에 대해서는 “아주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신영수가 좋은 활약을 펼친 덕에 주전 레프트인 김학민은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두 배의 효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즌 전체를 내다본 구상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모습을 확인한 박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다.

대한항공에는 네 명의 주전급 레프트 자원이 있다. 간판격인 김학민(33·192㎝)을 비롯, 에이스 출신인 신영수(34·197㎝), 수비형 레프트 자원인 곽승석(28·190㎝)과 급성장하고 있는 정지석(21·194㎝)까지 버틴다. 조합도 이상적이다. 김학민 신영수가 전형적인 주공격수 유형의 선수라면, 곽승석 정지석은 살림꾼 유형의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시즌 전부터 이 네 선수의 조합에 주목했다. 고루 기용하면서 다양한 전술적 방향을 계획함은 물론 체력 안배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박 감독은 김학민이 먼저 출발하고, 김학민의 체력이 조금씩 떨어질 때쯤이면 신영수의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라는 구상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신영수가 조금 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박 감독이 노리는 것은 시너지 효과다. 특히 주공격수 스타일인 김학민과 신영수의 조합에 주목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선수를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와 붙여 일격을 날리겠다는 심산이다. 박 감독은 “6라운드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두 선수가 마지막 마무리를 지어줘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때를 대비해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려 컨디션을 조절하고 감각을 유지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김학민 신영수에 주목하는 것은 두 선수가 완전히 다른 공격 유형을 가졌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공격 스타일이 현저히게 다르다. 각도, 코스, 타법 모두가 다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높이와 힘이 좋은 신영수는 오픈을 비롯한 큰 공격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김학민은 퀵오픈이나 중앙 후위 공격 등 빠른 공격에 장점이 있다. 박 감독은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두 선수가 교대로 투입되면 상대 블로킹과 수비도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조합”이라고 흡족해 했다.
신영수도 “김학민이 나보다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이고 빠르다. 상대방이 느끼기에는 더 어렵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김학민을 상대할 때 한선수의 토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상대의 혼란 효과를 설명하면서 “서로 장단점이 있고 스타일이 다르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한항공이 레프트라는 탄탄한 ‘날개’를 달고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