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 신영수, 기다림 끝에 찾은 빛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30 20: 39

대한항공 레프트 공격수인 신영수(34·197㎝)는 대학 시절부터 국내 배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손꼽혔다. 높이와 힘을 두루 갖췄다. 프로 데뷔 후에는 대한항공의 주전 공격수로 타 팀 에이스들과 자웅을 겨루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트보다는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으로 라이트 한 자리가 채워진 가운데, 포지션을 레프트로 바꾼 김학민이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여기에 레프트 후배들인 곽승석과 정지석이 성장하며 신영수의 입지는 계속 줄어갔다.
실제 신영수는 지난 시즌 37경기에서 194점에 그쳤다. 2005년 프로 원년 멤버로 합류한 이래 한 시즌에 200점 이하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공격 성공률도 48.96%까지 떨어졌다. 올 시즌 초반도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웜업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에 공격 흐름도 흥이 나지 않았다. 2라운드까지 신영수의 득점은 단 7점. 공격 성공률은 35%를 넘지 못했다.

그랬던 신영수가 다시 기회를 잡았다. 주전 레프트인 김학민의 체력 관리 때문이다. 또한 레프트 공격이 막힐 때 활로를 뚫기 위한 히든카드로 투입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 번 기회를 잡은 신영수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20점에 공격 성공률 60%로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펼친 신영수는 30일 인천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도 선발로 출전해 맹활약했다.
김학민을 대신해 코트에 선 신영수는 1세트부터 강스파이크로 우리카드 블로킹벽을 뚫었다. 1세트에는 80%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5득점을 올렸고, 2세트에도 세트 막판 분전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24-24에서는 회심의 중앙 후위 공격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기도 했다. 2세트까지 공격 성공률은 80%였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와 함께 팀 공격을 주도했다. 적어도 공격에서는 김학민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3세트 들어 다소 성공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신영수는 가스파리니와 함께 팀 날개 공격을 주도하며 이날 총 13득점에 공격 성공률 70.58%의 맹활약을 펼쳤다. 25-25에서 후위 공격으로 다시 한 번 팀에 매치포인트를 선물한 선수도 신영수였다. 팀도 복병인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기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신영수는 경기 후 "지금도 좀 아쉬움이 남는 뭔가는 있다. 선수는 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범실 없이 중요한 순간 처리해주는 것에 대해 앞으로 더 신경 쓰고 싶다"라면서 "선수는 당연히 코트에 있고 싶다. 누구나 다 똑같은 마음인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잘하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몸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소에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영수로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점, 대한항공으로서는 김학민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에서 두 배로 기분이 좋은 승리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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