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자원이 아주 많다. 나 또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순간도 안주하면 안된다. 만족하는 순간 끝난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해민은 팀내 대체불가 자원이다. 외야 수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그 최고 수준. 넓은 수비 범위는 단연 으뜸이다. 박해민이 안방에서 명품 수비를 연출할때마다 삼성팬들의 함성이 쏟아진다. 마치 이승엽이 홈런이 터질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료 투수들의 신망도 아주 두텁다. 그리고 2년 연속 도루 1위에 등극하는 등 주루 능력도 아주 뛰어나다. 특히 김한수 감독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를 위해서는 박해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한수 감독이 원점과 경쟁을 강조해왔지만 박해민과는 다소 거리가 멀 듯.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 저은 뒤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께서 경쟁을 강조하셨는데 (최)형우형이 KIA로 이적했지만 외야 자원이 아주 많다. 나 또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순간도 안주하면 안된다. 만족하는 순간 끝난다"고. 그러면서 "주전 경쟁에서 이긴다면 뛰는 야구로서 팀에 도움이 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민은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필라테스를 하면서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고관절 유연성 강화 위주의 훈련을 시작으로 차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좋지 않았던 허리 상태도 한결 나아졌다. 내달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타격 훈련에 돌입할 예정.
박해민에게 타격 자세 수정 계획을 묻자 "허리 통증 탓에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가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마무리 캠프에) 갔었다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착실히 준비하고 변화에 대해 생각했을텐데 아쉽다. 내게 도움이 된다면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프링 캠프 때 감독님을 뵙고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박해민은 골든 글러브 외야수 부문 후보 명단에 포함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아쉬움은 없을까. 그는 "워낙 좋은 외야수들이 많으니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최)형우형은 이미 한 자리를 예약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뛰어나기 때문에 도루왕 타이틀 하나로는 임팩트가 약하다. 전혀 기대도 안했고 아쉬움도 없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펜스 높이 조정과 관련해 "만약 펜스를 높인다면 올해 살짝 넘어갔던 게 펜스를 맞고 나올 수 있는 타구들이 있을 것"이라며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섣불리 판단하면 한 베이스 더 줄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박해민의 2년 연속 도루 1위 등극에 큰 공을 세운 김평호 주루 코치가 NC로 이적했다. 이른바 '훈수' 없이 타이틀을 거머쥐어야 그 동안의 성과가 평가절하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항상 팀성적이 우선이지만 예년보다 도루 갯수가 급감하거나 성공률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면 김평호 코치님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나올 것이다. 그동안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껏 코치님께 배운 것만으로도 홀로서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년부터 주루 지도를 맡을 예정인 김재걸 코치님도 주루에 대한 지식이 아주 풍부하시다. 새로 배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기대가 크다".
그리고 박해민은 "3년 연속 도루 1위 등극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자칫 하면 팀에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상황에 따라 도루를 시도한다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시즌이 끝난 뒤 4번 최형우와 좌완 선발 차우찬이 삼성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박해민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아무래도 투타 핵심 선수가 빠져 약해졌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특정 선수가 빠졌다고 흔들리는 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가 1군 경험이 풍부한 건 아니지만 항상 누가 빠지면 새로운 누군가가 나온다. 나 역시 그랬다. 또다른 누군가가 등장해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팀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선수들도 9위 추락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최)형우형과 (차)우찬이형이 빠졌다고 부진하다고 하면 핑계가 될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이 독기를 품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민에게 내년 목표를 물어봤다. 그는 잠시 망설인 뒤 "목표를 잡은 건 있는데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자 한다. 올 시즌에도 초반에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원치 않았던 모습을 보여줬다. 목표에 대해 의식하다보니 한 경기 한 경기 일희일비하게 된다. 부상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박해민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류중일 전 삼성 감독과 김평호 NC 코치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내게 기회를 주신 류중일 감독님과 2년 연속 도루 1위 등극과 외야 수비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신 김평호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시상식 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아직 익숙치 않다 보니 긴장돼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늘 마음에 남았다. 부족한 내게 기회를 주시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