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은 누구에게나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돌이켜보면 좋았던 기억, 그렇지 못했던 기억이 공존한다. 2016년 SK 와이번스도 마찬가지다. 몇몇 부분에서 성과를 내며 팬들에게 기쁨을 줬던 시간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의 시간도 적지 않았다. 좀 더 아쉬움을 덜할 2017년을 기대하며, 2016년을 10대 뉴스로 정리해봤다.
10. ‘상상 이상의 전광판’ 빅보드 데뷔
세계 야구장에서 가장 큰 전광판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단 ‘빅보드’에 전원이 공급됐다. 구매와 설치에만 약 70억 원이 소요, 도입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빅보드는 웅장한 자태와 스마트한 기능으로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SK가 올 시즌 야심차게 추진한 ‘레알 스포테인먼트’의 첨병으로 자기 임무를 다했다는 평가다. 어느덧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명물이자, SK 팬들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SK는 올해 겪은 시행착오를 검토해 내년에는 빅보드의 활용성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9. 부상 떨친 박희수-윤희상, 재기 성공
위기에서 베테랑들이 제 몫을 했다. 각각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었던 박희수와 윤희상이 화려하게 재기했다.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2년간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던 박희수는 올해 팀의 마무리로 26세이브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역시 부상 악령으로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윤희상 또한 9승을 거두며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다. 여러 악재가 겹친 SK 마운드였지만 두 선수의 활약 속에 나름대로 선방을 이어갈 수 있었다. 팀 마운드 사정상 내년에도 어깨가 무거운 선수들이다.
8. 마케팅은 1등, 국무총리상 수상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수탁 사업자로 다방면에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SK가 ‘마케팅 1등’의 자부심을 이어갔다. 지난 12월 14일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SK의 국무총리상 수상은 2007년 이후 두 번째이며, 두 차례 수상한 것은 국내 프로야구단 중 유일한 사례다. SK는 ‘스포츠 콤플렉스’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장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다양한 스포츠-문화 융합 콘텐츠를 제공한 공로로 이 상을 수상했다. 올해 세 차례 실시한 실종아동찾기 '희망더하기' 캠페인은 리그 최고의 히트작이기도 했다.
7. 충격의 9연패, 씁쓸한 PS 탈락
SK는 올해 6위에 머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까지는 좋은 성적을 내다 중반부터 고꾸라지는 패턴이 연속으로 반복됐다. 막판 한때 6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4위 싸움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듯 했지만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무려 9연패에 빠지며 사실상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이로써 SK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이는 시즌 뒤 구단의 과감한 개혁 작업으로 이어졌다.
6. 건강 찾은 최정, 첫 홈런왕 '기염'
‘부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최정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크게 고전했던 최정은 올 시즌을 앞두고 혹독한 육체 개조 프로젝트를 거친 끝에 재도약에 성공했다. 141경기에 나가 40개의 홈런을 치면서 에릭 테임즈(NC)와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 홈런(40개), 타점(106개) 모두 자신의 경력 최고 수치다. SK에서 홈런왕 배출은 2004년 박경완(34개) 이후 처음이었으며, SK 국내 선수로는 최초 40홈런이기도 했다. 최정은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로 되찾으며 의미 깊은 시즌을 보냈다.
5. ‘1829일만의 복귀’ 전병두, 긴 여정을 마치다
어깨 부상으로 오랜 기간 재활을 했던 전병두는 만감이 교차하는 은퇴식과 함께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전병두는 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 10월 8일 인천 삼성전에서 선발로 등판, 선두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자신의 프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무려 1829일 만의 마운드 복귀에 팬들의 마음에도 눈물이 쏟아졌다. 2011년 시즌 후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진한 전병두는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대한 꿈을 키웠으나 결국 올해를 마지막으로 기나긴 여정을 마쳤다.
4. ‘성적 후폭풍’ 감독-단장 동시 교체
4년 동안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한 후유증은 컸다. 2년 계약이 만료된 김용희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2010년 이후 단장직을 수행했던 ‘장수 단장’ 민경삼 단장 또한 사표를 제출하고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자신이 짜놓은 ‘시스템 야구’를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 끝에 재계약 카드를 따내지 못했다. 민 단장 또한 김 감독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하고 시즌 뒤 사의를 표명한 끝에 12월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SK는 코칭스태프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경기장 곳곳에 ‘개혁 깃발’을 꽂았다.
3. ‘100승 투수’ 김광현, SK와 FA 계약
SK의 상징이자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은 지난 4월 24일 NC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KBO 리그 역대 26번째, 좌완으로는 3번째로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SK 프랜차이즈만 따지면 팀 역대 첫 번째 100승 달성이다. 한편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김광현은 4년 보장 85억 원에 계약을 마치며 팀에 남았다. “국내에 남는다면 SK 외 다른 팀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평소의 말대로였다. 비록 2017년은 팔꿈치 수술로 뛸 수 없지만 2018년부터는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2. ‘파격’ 트레이 힐만 감독 선임
시즌 뒤 SK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바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선임이었다. 김용희 감독의 후임을 찾은 SK는 국내 및 해외 지도자들과 꼼꼼한 면접을 진행한 끝에 힐만 감독을 낙점했다.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시절 일본시리즈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힐만 감독은 기본적인 능력은 물론 동양 야구에 대한 이해 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SK는 힐만 감독에 2년 총액 160만 달러라는 KBO 리그 역대 최고액을 투자했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1. ‘거포 군단 변신’ 21G 연속 홈런 신기록
올해를 앞두고 장타력 증강에 초점을 맞춘 SK는 시즌 중반 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이정표를 세웠다. 바로 팀 21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SK는 6월 14일 대구 삼성전부터 7월 9일 인천 kt전까지 21경기 동안 한 경기도 쉬지 않고 대포를 터뜨렸다. 이 기간 중 14승7패로 승률도 높았다. 최승준이 13방의 홈런을 집중시켰고, 이재원(7개), 정의윤(6개), 고메즈(4개), 김강민(3개)이 뒤를 받쳤다. 종전 기록은 2004년 KIA가 세운 20경기였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