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등급제, 베테랑 FA들은 사각지대?
아이디어 나오지만 구단 동의는 미지수
2017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노장 선수들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FA 등급제 시행이 예상되고 있지만 재자격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부분은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80년생 동갑내기인 정성훈(LG)과 이진영(kt)은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 베테랑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번 시장에서는 찬바람을 실감하고 있다. 원 소속팀 LG와 kt의 제시가 선수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부터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적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보상금은 둘째 치고, 30대 중반을 넘긴 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보상선수 출혈을 감수할 만한 구단은 없다. 가뜩이나 육성 기조의 새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는 요즘 추세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 결국 용덕한은 현역 은퇴 후 코치로 전향했고, 1982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은 조영훈(NC) 또한 아직 계약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은 이런 FA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급제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선수협 차원에서 안을 만들어 올해에는 KBO와 각 구단과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연봉’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이호준 선수협 회장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연봉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구단도 연봉이 현실적 기준이라는 점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보완점도 존재한다. 특히 재자격 FA 선수들의 경우가 그렇다. 첫 FA 취득 선수들은 사실 연봉으로 나눠도 큰 문제가 없다. FA 이전에는 연봉 상승폭이 어느 정도 묶이기 때문이다. 등급제 취지와 어느 정도 어울린다. 그러나 한 번 FA 자격을 취득해 많은 금액을 받은 선수들은 상당수가 A급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정성훈의 올해 연봉은 5억 원, 이진영은 6억 원이었다. 이전 FA 계약 당시 체결한 연봉들이다.
선수협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자격 FA 선수들만 따로 빼 등급제를 실시하자니 제도가 복잡해진다. 재자격 FA 선수들은 일괄적으로 보상선수를 없애는 방안이 있지만 20대 후반에도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들이 있는 환경에서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당장 내년이 끝나면 강민호가 FA 자격을 얻는데 이 경우는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선수들이 첫 FA 계약에서 계약금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구단들은 전체적으로 계약금 비중을 줄이자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3차 FA 선수, 일정 나이가 지난 선수, 1~2년의 단기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보상선수를 받지 않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선수들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라 구단에서 양보를 할지는 미지수다. 선수협의 한 이사는 “제도를 한 번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되도록 견고한 모델을 짜 전체 선수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3차 FA 취득자들은 FA 자격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