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톡]'마스터' 감독 "영화 못 만드는 시국? 이게 다 일까요"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1.06 08: 45

 소위 지금의 정치 상황을 가리켜 5천 만 관객이 든 영화라고 한다. 현실이 영화를 이겼다는 배우 이병헌의 수상소감은 현재 시국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정치에 쏠려있다. 영화로 치면 꼼꼼하게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지문까지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 혹자는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감시자들’ 이후 3년 만에 ‘마스터’로 돌아온 조의석 감독은 이번에도 현실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선량한 국민을 상대로 조 단위의 사기를 치고, 뒤로는 정치계와 결탁한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이병헌 분)을 쫓는 정의롭고 집요한 형사 김재명(강동원 분)의 이야기. 여기에 자신의 실리를 따져 라인을 옮겨 타는 박장군(김우빈 분)까지 팽팽한 삼각구도가 물고 물리는 판이 143분 내내 펼쳐진다.
“병헌 선배는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셨다. 우빈 씨 같은 경우는 ‘당신은 이십대야, 이 영화에서 당신이 제일 젊고 생생해야해’라고 주문했는데 그걸 잘해줬다. 동원 씨는 가장 힘든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 캐릭터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병헌 선배와 우빈 씨가 맡은 역할은 맛있는 음식이라면, 동원 씨의 역할은 꼭 있어야 하는 흰쌀밥과도 같다. 동원 씨라서 가능한 새로운 형사가 아니었을까.”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막강한 캐스팅에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다른 영화와는 달리 영화에게 기대하는 기대치는 무려 천 만 관객. 유난히 혹독한(?) 시선이 억울할 법도 하지만, 흥행은 순항 중이다. 조의석 감독은 현장에서 김우빈과 항상 “우리만 잘하면 돼”를 외쳤다고는 하지만, 배우들은 모두 조 감독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달려온 바다. 특히 전작인 ‘감시자들’에서 그의 연출력은 이미 입증된 바다.
“전작과는 또 다른 호흡을 내고 싶었다. ‘감시자들’을 기대하셨던 분들이라면 뭔가 호흡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전작에서는 모두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재명은 액션보다는 머리를 돌리는 거다. 뇌를 보여줄 순 없지 않나.(웃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템포가 있으니 너무 느리게 가진 말자고 했다. 정보들이 많다보니 정신없이 끌고 가면 마니아는 좋아할 수 있겠지만 이해가 어려울 수 있겠고, 관객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중용을 택했다.”
영화에서는 많은 정보가 등장한다. 아무래도 지능범죄를 주제로 벌어지는 내용이고 ‘뇌섹남’이라고 불리는 브레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엘리트 형사 김재명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내용을 설명하는 대사를 주로 맡았다. 배우 스스로 러닝타임을 걱정해 대사 속도를 빨리 하기도 한 재명 역할은 ‘마스터’가 전달하는 가장 큰 메시지를 담은 그 자체다. 왜 경찰에게 개인적 원한을 담은 전사가 필요하냐는 것. 재명을 통해 경찰에게 정의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라는, 큰 울림을 전달한다.
“저는 동원 씨와 똑같이 이야기했다. 왜 재명이 그렇게 진회장에게 집착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다. 경찰이 범인을 잡는 건 잡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면 신뢰 받는 것이 아닐까. 물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전사 같은 게 없어서 영화적이지 않은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한다.”
‘마스터’는 김재명이 집요하게 진회장의 사기사건을 잡아내고 나아가 그와 결탁한 검은 세력까지 모조리 싹을 도려내는 화끈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찝찝함 따윈 없는 확실하게 닫힌 결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등장하는 쿠키 영상은 마지막 돌직구를 날린다. 또 다른 쿠키영상으로 거론된 버전은 진회장이 성경책을 집어 들고 후광이 생기면서 끝나는 내용이다.
“사실 병헌 선배 쿠키영상은 두 가지 버전을 가자고 했다. 왜냐면 시국이 이렇게 될지 몰랐으니까. 하하. 자칫 잘못하면 쿠키영상에서 또 다른 일을 벌이는 느낌으로 끝나버리면 불쾌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실제 사건을 모티브를 한 거니까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나 관객분들에게 불쾌를 유발할 수 있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시국을 타서 다시 편집을 타는 건 그렇고 의도하는 대로 갔다.”
‘마스터’에서는 깨끗하게 권선징악 결말을 맞이하지만, 앞으로 사회비판 영화를 더 이상 만들 수 있을지 시국을 보며 회의감에 빠지기도 할 터. 조의석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남겼다. “과연 그게 다라고 생각하시나요?”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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