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캐스터' 빈 스컬리가 부르는 '백조의 노래'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6.12.29 12: 37

[OSEN=이인환 인턴기자] 과거 음악가들은 백조가 헤어지기 전 아름다운 고별사를 부르는 것을 백조의 노래라고 불렀다. 이번 시즌 야구에도 아름다운 백조의 노래가 있었다. 바로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캐스터 빈 스컬리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것이다.
뉴욕 브롱스 출신인 빈 스컬리는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맥주나 우편을 배달하거나 세탁을 하는 잡역부로 일하면서도 스포츠 캐스터의 꿈을 키워갔다. 스컬리는 양키스 홈타운 출신이지만 다저스와의 라이벌인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코 자이언츠의 전신)의 팬이였다. 이는 양키스 상대로 자이언츠가 18-4로 크게 패한 1936년 월드시리즈 2차전을 보고 동정심을 느껴서라고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잠시 야구 선수로 뛰었던 그는 23세가 되던 1950년 처음 브루클린 다저스(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전신)의 TV와 라디오 중계를 시작했다. 이 때 미국 대통령은 해리 S.트루먼 이였으며 이후 11명의 대통령이 바뀐 2016년까지 무려 67년간 스컬리는 다저스 중계를 진행해왔다. 이는 미국 스포츠 중계 캐스터 중에서도 특정 팀 최장 기간 중계 기록이다.

Mlb.com는 그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자유의 메달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의 메달 상은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 문화, 스포츠 분야에 공헌한 미국인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마이클 조던, 카림 압둘 자바, 로버트 드 니로, 톰 행크스 등 유명한 스타들과 함께 수상했다고 한다.
로스엔젤레스 의회도 스컬리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다저스타디움 정문으로 통하는 길 이름을 ‘빈 스컬리 에비뉴’로 개칭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시켰다. 이전 이름은 엘리시안 파크 에비뉴였다.
다저스 구단도 그를 기리고자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올시즌 마지막 홈 3연전을 ‘빈 스컬리의 주’로 지정하였다. 마운드에 그의 퍼스트네임은 Vin을 그려놓고 성대한 은퇴 행사가 치러졌다.
그의 마지막 방송은 2016년 10월 2일 다저스의 라이벌 이자 스컬리를 야구의 세계로 인도한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였다. 적지 AT&T 파크의 팬들에게서도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무사히 중계를 마친 스컬리는 팬들과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긴 후 67년간의 방송 커리어를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 했다.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지 즐거운 오후가 되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빈 스컬리였습니다”
이는 스컬리가 평소에도 낮 경기를 마무리할 때 쓰던 인사로 어떠한 경기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중계한다는 철학을 가진 스컬리다운 이별사였다. 앞으로 다저스의 경기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스컬리의 ‘백조의 노래’는 팬들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울려 퍼질 것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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