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인턴기자] 올 시즌 눈여겨볼만한 주루는 어떤 장면일까?
MLB.com은 최근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홈런과 송구에서 흥미로운 기록들을 연재하고 있다. 스탯캐스트는 야구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리드폭과 주루 시간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주루 부문 역시 더 정교한 측정이 가능해졌다.
MLB.com은 29일(이하 한국시간) ‘스탯캐스트로 살펴본 가장 흥분되는 주루 장면’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MLB.com은 “‘빌리 해밀턴의 대기록 20선’ 쯤의 칼럼이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조사했다. 주루 영역에 해밀턴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좁은 리드로 2루를 훔친 선수 : 빌리 해밀턴(6.7피트 = 2.04m)
리드는 양날의 검이다. 리드폭을 넓히면 투수의 견제에 당하기 쉽고 좁힌다면 도루가 어려워진다. 흔히 1루 주자의 ‘적당한 리드폭’으로 3.5m 정도를 꼽는다. 1루와 2루 사이 거리는 27.43m다. 보통의 리드일 때 주자들은 투구 사이에 약 24m 정도를 뛰어야 한다. 해밀턴이 7월 24일 애리조나 전에서 기록한 도루는 올 시즌 ‘가장 짧은 리드로 만든 2루 도루’였다. 해밀턴은 투구 동작 직전까지만 해도 1루 베이스 2.04m 떨어진 곳에서 1루수 폴 골드슈미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해밀턴은 상대 좌완 투수 로비 레이가 오른발을 마운드에서 떼는 순간부터 공을 손에서 놓는 사이에 2루 베이스 쪽으로 약 3.66m를 움직였다. 레이는 125km의 느린 변화구를 던졌고 해밀턴의 먹잇감이 됐다. 포수 터피 고스비쉬는 2루로 정확히 송구했지만 해밀턴은 아슬아슬하게 베이스를 훔쳤다. 2루를 훔치는 동안 해밀턴의 최대 시속은 33.8km였다. 참고로 100m 달리기 세계 신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의 최대 시속은 약 37.3km다.
2루 도루실패 중 가장 넓은 리드 : 라이언 하워드(19.2피트 = 5.85m)
하워드가 지난 8월 20일 세인트루이스 전에서 올 시즌 ‘가장 큰 리드로 실패한 2루 도루’를 기록했다. 사실 2011년 6월 26일 도루 성공 이후 5년 이상 단 하나의 도루도 시도하지 않았던 하워드가 도루에 실패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세인트루이스가 하워드를 완전히 방치했음에도 도루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하워드에게 굴욕이다.
하워드는 1루 베이스에서 5.85m 떨어져 있었다. 가장 좁은 리드로 2루를 훔친 해밀턴보다 무려 3.8m 이상 앞서있었다. 2루까지 약 20m 남겨둔 상황. 그럼에도 세인트루이스 수비진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떠한 견제도 하지 않았다. 상대의 허점을 노리고 2루를 훔친 하워드는 포수 야디어 몰리나의 시속 129km 송구에 잡히고 말았다. 하워드의 최고 시속 18km. 앞서 언급한 해밀턴의 최대 시속 절반을 겨우 넘는 수치다. MLB.com은 “만약 어떠한 위협에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하워드를 꼬집었다.
2루에서 3루까지 가장 빨리 도착한 선수 : 스테판 피스코티 (1초25)
2루에서 홈까지 가장 빨리 도착한 선수 : 맷 더피(5초46)
2015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뷔한 피스코티는 2년간 9도루 6도루 실패를 기록했다. 성공률도 60%에 그쳤으며 시도 자체가 15번뿐이다. 하지만 피스코티가 6월 4일 샌프란시스코 전에서 2루에서 3루까지 도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1초25였다. 2사 만루 풀카운트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자들은 투구 이전부터 스타트를 끊어야 했다. 피스코티는 투수 자니 쿠에토가 투구를 시작하기 직전부터 전속력으로 3루를 향했다. 쿠에토가 손에서 볼을 놓는 순간, 피스코티는 이미 2루에서 15.5m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2루와 3루 간의 거리 역시 27.43m. 이미 절반 이상 온 셈이었다.
더피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이던 지난 5월 2일 메츠 전에서 올 시즌 2루에서 홈까지 가장 빠르게 쇄도한 선수로 등극했다. 3-0으로 앞선 6회 1사 우전 안타로 출루한 더피는 후속 타자 버스터 포지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2루를 훔쳤다. 이어 브랜든 벨트가 볼넷으로 출루한 2사 1·2루 풀 카운트 상황. 앞서 피스코티의 경우처럼 주자들은 모두 투구 이전부터 스타트를 끊었다. 더피는 투구 직전에 2루에서 약 10m 떨어진 지점까지 도착했다. 이후 헌터 펜스의 안타 때 3루를 거쳐 홈으로 쇄도해 점수를 올린 더피. 그가 3루에서 홈으로 향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초4. 더피는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의 송구에도 가뿐히 홈을 밟을 수 있었다.
피스코티와 더피의 플레이는 한 가지 교훈을 준다. 베이스 간의 거리는 고정돼있다. 하지만 리드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그 거리를 좁힐 수 있다면 주자와 팀 모두에게 큰 이득이 된다.
타석에서 1루까지 가장 빨리 달린 우타자 : 바이런 벅스턴(3초72)
타석에서 3루까지 가장 빨리 달린 타자 : 바이런 벅스턴(10초69)
스위치 히터 해밀턴은 대부분의 기록을 좌타석에서 만들어냈다. 좌타자들은 1루까지의 거리가 우타자에 비해 짧기 때문에 출발 선상에서부터 유리하다. 좌타자가 주루의 ‘금수저’인 이유다.
박병호의 팀 동료 벅스턴은 금수저들에 맞서 대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그는 2루타로 타석에서 2루까지 가는 최단 기록을 무려 아홉 번이나 경신했다. 또한 타석에서 3루까지도 10초69만에 도달했는데 이 부문 최단 기록이다. 이 부문 상위 기록 4개가 벅스턴 차지이며, 상위 10개로 범위를 넓혀도 6개가 벅스턴 차지다. 또한 벅스턴은 10월 3일 화이트삭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인사이드 파크 더 홈런을 기록했다. 이때 벅스턴이 타석에서 홈까지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14초05. 스탯캐스트가 이 기록을 측정한 이래 가장 빠른 속도였다.
벅스턴은 전반기 48경기 타율 2할1푼2리 1홈런 26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9월부터 29경기 타율 2할8푼7리 OPS 1.011 9홈런 22타점으로 타격 재능을 선보였다. 물론, 벅스턴의 전반기 부진 탓에 해밀턴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건 사실이지만 벅스턴은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것을 시즌 내내 보여줬다. /ing@osen.co.kr
[사진 위] 해밀턴(왼쪽). [사진 아래] 벅스턴(왼쪽).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