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D리그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서울 SK는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3라운드서 안양 KGC인삼공사에게 86-83으로 승리했다. 6연패를 끊은 SK(8승 16패)는 9위를 유지했다.
D리그는 1군 무대서 출전시간을 많이 얻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무대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선수들이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뛰는 경우가 있다. 유망주들도 D리그서 뛰면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변기훈처럼 특별한 부상이 없어도 컨디션 회복을 위해 뛰는 경우도 있다. D리그 팀을 운영하면 선수단 운영에 여유가 생겨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깜짝 스타도 나올 수 있다. 현재 D리그는 상무를 포함해 9팀이 운영되고 있다. KGC와 LG는 D리그를 운영하지 않는다.
SK 대 KGC전은 D리그 왜 운영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SK 승리의 주역은 최근까지 D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었다. 슈팅슬럼프로 고생했던 변기훈은 지난 26일 D리그 삼성전에 출전해 50득점을 퍼부었다. 같은 경기서 21점, 15리바운드로 활약했던 김우겸 역시 KGC전 4쿼터 결정적 5득점으로 승리의 조연이 됐다. 김민수와 최준용의 부상을 틈타 골밑을 지킨 송창무, 외곽에서 화력을 더한 김민섭은 모두 D리그서 많이 뛰는 선수들이다. 김민섭은 평균 19.8점으로 D리그 득점 5위를 달리고 있다.
KGC는 화려한 국내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D리그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KGC는 주전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SK전에서 오세근, 이정현, 데이비드 사이먼 등이 37분 이상을 소화했다. 한희원은 11분을 뛰었지만 3점에 그쳤다. 갑자기 코트에 투입된 선수들이 실력발휘를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난 시즌 1순위로 뽑혔던 문성곤도 데뷔 시즌 거의 뛰지 못해 기량이 정체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D리그 팀이 운영됐다면 어린 선수들 실전감각 유지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D리그 선수들을 잘 활용했다. 4쿼터 막판 원포인트 수비가 필요할 때 최원혁과 이현석을 동시에 투입해 김기윤, 이정현을 봉쇄했다. 김민수, 최준용 등 국내 빅맨자원이 전멸한 가운데서도 송창무, 김우겸 등으로 공백을 메웠다.
문 감독은 “D리그 선수들 활용이 좋았다. 각자 맡은 임무를 잘했다. 공격에서 김민섭, 변기훈이 수비에서 최원혁, 이현석 등이 잘했다. 김민수가 있어도 이런 전력으로 나올 생각이었다. 테리코 화이트가 오세근을 막아주면서 국내선수 활용폭이 넓었다”고 칭찬했다.
23점을 쏟아낸 변기훈도 D리그를 예찬했다. 그는 “D리그가 너무 큰 도움이 됐다. 더 자신 있게 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감독님이 (D리그로 가라고) 결정을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했다. 사실 D리그에 내려가고 싶었는데 (감독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 감독님이 자신감을 찾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자신감을 찾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처져 있던 SK는 D리그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찾는 효과도 누렸다. 변기훈은 “최근 지는 경기만 했다. 슬럼프가 많이 길어 힘들었다. D리그가 있어 이길 수 있었다. 무시할 리그가 아니다. 부상선수들 회복에도 좋은 계기가 된다. 기복 없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장점을 열거했다.
올 시즌 새로 개막한 일본프로농구 B리그는 1~3부 리그에 걸쳐 무려 48개의 팀이 소속돼 있다. 당장은 일본프로농구의 수준이 한국에 비해 낮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처럼 탄탄한 시스템 안에서 더 많은 스타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농구가 저변을 넓혀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프로농구 10개 구단이 전부 D리그 팀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리그 팀 운영은 구단의 승리와 장기적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