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여교사' 김하늘·이원근·유인영, 명분 없는 베드신은 없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2.28 16: 59

"'여교사?' 제목이 왜 이래. 야한 영화야?"
배우 김하늘, 이원근, 유인영이 출연하는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가 내년 1월 4일 개봉한다는 소식에, 한 지인에게서 처음 터져 나온 반응이다. 그의 말처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목에서 풍기는 청소년관람불가의 향기에, 베드신이 가득한 ‘19금 야한 영화’라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여교사’를 대놓고 야한 영화라고 상상하고 관람한다면 조금은 머쓱해질 것이다. 이 영화에서 명분 없는 베드신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세 배우들의 에너지가 충돌하고 융화되는 과정도 멋지다.

사실 제목만 보면 뭔가 응큼해 보이는 게 야한 영화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금수저 vs 흙수저의 대결, 두 여자의 날선 신경전, 먹고 살기 어려운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된 삶을 이야기한다. 조금 더 깊게 보자면 돈과 명예, 권력, 사랑을 놓고 얼마나 내놓을 수 있는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자아발견’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특급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효주(김하늘 분)-재하(이원근 분)-혜영(유인영 분)의 상황에 몰입해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말에 깜짝 놀라고 충격을 받게 될 듯하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만난 사람들 모두가 “헐! 충격이야”라는 소감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여교사’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계약직 고등학교 교사 효주는 정규직 전환을 앞둔 어느 날 대학 후배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혜영을 신입 교사로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재단 이사장 딸이라는 배경에, 완벽한 외모와 몸매, 밝은 성격을 갖춘 일명 ‘금수저’다.
무능력한 남자친구의 투정에 지치고, 가진 돈 없이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사는 효주에게 그런 혜영은 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터. 조건 좋은 혜영이 정규직 전환 기회를 빼앗으려 하자 위기를 느낀 효주는 그녀를 밀어내고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무용 특기생 재하와 혜영이 부적절한 관계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생과 교사의 사랑이라. 처음으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고 생각한 효주는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한다.
밝고 상냥한 이미지를 가진 김하늘은 ‘여교사’에서 이미지를 180도 반전시켰다. 건조하고 피로한 얼굴에서 불현듯 생기를 드러내기도 하며 섬뜩한 가운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등 만감이 교차한 효주를 공감 가게 표현해냈다.
효주와 대립하는 혜영, 재하를 연기한 유인영과 이원근의 시너지도 대단하다. 유인영은 선의의 행동이 오히려 악의가 되고 결국 상대를 해치고 마는 ‘新악역’을 탄생시켰다. 두 여교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옴므파탈 남학생 재하 역의 이원근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김태용 감독의 페르소나로 발탁된 이원근의 가능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여교사'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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