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아이씨사이다 “우리는 ‘펑크밴드’라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12.28 14: 30

[OSEN=김관명 칼럼] “보고 싶은 건 전부 가려져 있어 누군가 걸어놓는 모자이크 나는 노모를 더 원해요
똑같은 말들 갈 곳 잃은 슬로건 어차피 그들만의 전쟁 오빤 내 맘 뭣도 몰라요
별 달린 사람들 그 손에 놀아나는 법 이제 더러워서 나 조금 개겨볼까 해 지금 난 무쏘의 뿔

박아 버려 미친 세상 부셔 버려 I'm Public enemy 박아 버려 I want no more shit
토할 것 같은 쓰레기들의 콜라보 비겁한 뉴스들은 고작 엄한 연예인들 벗겨요
별 달린 사람들 욕심에 감춰지는 법 이젠 지겨워서 나 조금 개겨볼까 해 달리자 무쏘의 뿔
박아 버려 미친 세상 부셔 버려 I'm Public enemy (Already get ready for shit)
박아 버려 I want no more shit
노모가 좋아요 다 볼 수 있는 투명함 깨끗한 화질로 워어
감춰진 세상은 전부다 부셔버려 번지수 틀린 고통 없게
박아 버려 미친 세상 부셔 버려 I'm Public enemy (Already get ready for shit)
박아 버려 I want no more shit”
(‘No More No More’ 전체가사)
요즘 시국에 딱 맞는 노래다. 밴드 이름도 마침 잘 지었다. 아이씨사이다(ICYCIDER). 완전 사이다 맛이다. 5인조 밴드 아이씨사이다(보컬 고광표, 기타 전두영, 기타 정형재, 베이스 김태훈, 드럼 정연식)가 지난 10월 발표한 디지털싱글 ‘No More No More’ 얘기다. 앞서 8월에는 이 곡을 포함해 ‘또 Lie’와 ‘Stay With Me’를 실은 EP ‘No MOSAIC’를 CD로 선발매했었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이들을 만났다. 김태훈은 직장 퇴근시간이 안맞아 인터뷰에 나오지 못했다. 이런게 인디밴드 현실인지도 모른다.
= 김태훈이 빠져 아쉽다. 어떤 멤버인가.
(전두영) “베이스를 잘 치는 친구다. 피킹으로 베이스 느낌을 아주 잘 낸다.”
=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모양이다.
(전두영) “아, 그렇지는 않다(웃음). 감성이 풍부하다.”
= 팀에 키보드가 없다.
(전두영) “코러스를 양 사이드에서 하기 때문에 화성감이 있다. 그래서 키보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단독공연을 할 때는 약간 편곡을 해서 내가 키보드를 치기는 한다. 중2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으니까. 코러스 라인은 김태훈, 그 친구가 다 만들어준다.”
(고광표) “너무 뛰어주네(웃음). 오늘 못나온 것도 천성이 게을러서다(웃음).”
= 각자 본인 소개와 팀 결성 과정을 들려달라. 막내 정연식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머리염색이 큰 화제를 모았더라.
(정연식) “드럼을 치는 27살 정연식이다. 항상 형들이 괴롭히지만 버티면서 음악생활을 하고 있다. 염색은 프로필 사진 촬영 때 처음 해봤는데 그 이후 물이 잘 안빠진 거다(웃음).”
= 드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그리고 드럼은 어떤 것을 쓰나.
(정연식) “중2 때 누나가 음악학원을 다녔는데 어머니가 보디가드로 나를 붙여줬다. 그곳에서 연주하는 분이 드러머밖에 없어서 드럼을 배우게 됐다. (갖고 있는) 드럼은 없다. 공연장마다 들고 다니기도 싫고. 스틱도 주워다 쓴다. 스틱은 뭐든지 상관없다. (좋은 스틱을 쓰는 뮤지션과 비교해서) 똑같은 실력을 낼 수 있다.”
(정형재) “기타 치는 정형재다. ‘기타의 제왕’이라고 써주시면 된다. 서울 북가좌동에서 학원을 1년째 운영 중이다. 기타는 PRS 커스텀 모델을 쓴다.”
(고광표) “노래를 하고 있다. 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노래를 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오늘은 ‘빨갱이 패션’이다. 종북패션이다(웃음). 밴드 일과 함께 사회복지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쉼터 ‘꿈꾸는 다락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형재 빼고 멤버들이 다 참여하고 있다. 요즘은 복싱에 빠져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전두영) “기타와 코러스를 맡고 있다. 옛날 김홍철과 친구들이라고 요들송을 하는 팀이 있었다. 멤버 중 한 분이 외삼촌이셨다. 외삼촌을 통해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피아노와 요들과 기타를 배우게 됐다. 그게 다섯살 때다. 고등학교 올라가서 스쿨밴드를 시작했는데, 남는 파트가 기타밖에 없어서 본격적으로 기타를 쳤다. 대학도 처음에는 미대를 갔다가 자퇴하고 음대에 다시 진학했다. 기타는 깁슨의 SG 스탠더드를 쓴다.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밴드 AC/DC의 기타리스트)을 좋아해서 같은 모델을 쓰는 거다.”
(고광표) “두영이와 형재는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만화동인지도 냈다. 판매는 내가 했다(웃음).”
cf. 멤버들의 이같은 ‘친만화적 성향’ 때문에 아이씨사이다는 신영우의 만화 ‘키드갱’을 오마주하는 싱글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정열맨’의 병맛 웹툰작가 귀귀와도 콜라보 작업을 했다.
= 결국 5명 모두 고교동창이라는 얘기인가.
(고광표) “서울 은평구에 있는 숭실고를 2003년에 졸업했다. 연식이만 6년 후배다.”
(정연식) “드러머 구인광고를 보게 팀에 합류하게 됐다.”
= 언제 밴드를 결성했나. 그리고 밴드이름 ‘아이씨사이다’는 누가 지었나.
(고광표) “2008년 1월이다. ‘아이씨사이다’는 원래 함께 밴드를 하려했던 친구의 PC 아이디다.”
(정형재) “처음에는 합주실을 빌리려고 하는데 ‘밴드이름이 뭐냐?’고 사장님이 물어보셨다. 그때 그냥 ‘아이씨사이다’로 적어냈던 거다. 그러다 괜찮아서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다. 그때 합주실 사장님이 지금 소속사(TNC컴퍼니) 대표인 한정욱 형님이다.”
= 지난 2011년 KBS ‘서바이벌 톱밴드’에서 부른 ‘꿍따리샤바라’가 참 대단했었다.
(정연식) “방송의 힘이 무서운 게 ‘톱밴드’를 하고 나서 ‘펑크’ 이미지가 붙어버렸다. 사실 우리는 이모코어(emotional+hardcore) 장르에 가깝다. 신기하면서도 아쉽다. ‘쟤네는 펑크밴드야’ 이런 규정이 싫다.”
(고광표) “펑크밴드라는 덫에 걸린 것 같다. 어쨌든 음악적으로 하대받는 느낌이 싫어 요즘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맹연습중이다. 반전감을 선사하고 싶다.”
여기서 잠깐. 이제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이들의 음악에 대해 집중되는 만큼, 아이씨사이다의 디스코그래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09년 9월 = 싱글 ‘Mr.Gibson’(Exit To Memories, Lovely Tonight)
2010년 6월 = 디지털싱글 ‘Mr.Gibson’(Mr.Gibson)
2011년 8월 = ‘서바이벌 톱밴드 16강전’ OST(쿵따리샤바라)
2011년 9월 = ‘서바이벌 톱밴드 8강전’ OST(물 좀 주소+행복의 나라로)
2013년 5월 = EP ‘Art People’(배터리, 아트피플, 안녕사랑, 혼자왔어, 집에 가기 싫어요)
2014년 1월 = 싱글 ‘L-Sound 키드갱’(Hey Brother)
2014년 10월 = 싱글 ‘수상한 콜라보 Part.1 전학생은 외계인’(짱가)
2014년 11월 = 싱글 ‘수상한 콜라보 Part.2 GG캐롤’(GG캐롤)
2014년 12월 = 싱글 ‘수상한 콜라보 Part.3’(터져, 차여가)
2015년 1월 = 싱글 ‘수상한 콜라보 Part.4’(미간 사마귀)
2015년 2월 = 싱글 ‘수상한 콜라보 Part.5’(사랑은 언제나 배고프다)
2016년 8월 = EP ‘NO MOSAIC’(CD. 또 Lie, Stay With Me, No More No More)
2016년 8월 = 싱글 ‘노 모자이크’(또 Lie)
2016년 9월 = 싱글 ‘노 모자이크’(Stay With Me)
2016년 10월 = 싱글 ‘노 모자이크’(No More No More)
= 이제 음악 얘기 좀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혼자왔어’, 이 곡이 좋다.
(전두영) “녹음을 끝내고 보정작업이 가장 오래 걸린 곡이다. 저도 이 곡을 굉장히 좋아한다. 진짜 하루종일 만졌다.”
= 이번에 CD로 나온 3곡을 같이 들어보자. ‘또 Lie’부터. ‘또 거짓말’이라는 의미심장한 의미와 ‘똘아이’라는 말장난이 섞인 제목이 재미있다. 후렴구가 귀에 쏙쏙, 입에 찰싹찰싹 붙는다.
(고광표) “형재가 후렴구부터 먼저 썼다. ‘똘아이’라고 안쓰고 ‘또 lie’라고 썼는데도 심의에 걸린 것을 보면 가사를 제대로 안보고 심의를 한 것 같다.”
(정형재) “밴드 초창기 모티프가 똘아이였다. 똘아이가 되고 싶었으니까. 저희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전두영) “코러스는 쉽게 나왔는데 뉘앙스 잡기가 어려웠다. 3곡 중에서 가장 어려웠다. 편곡도 이 곡이 가장 오래 걸렸다.”
(고광표) “만약 우리 노래 중에서 차트 역주행을 한다면 바로 이 곡일 것이다(웃음).”
= ‘Stay With Me’다. 이 곡은 박사모가 좋아할 것 같다.
(동석했던 한정욱 대표) “이 곡만 심의를 통과했다(웃음).”
(정연식) “이 곡만 진짜 드럼을 썼다. 다른 2곡은 미디다. 요즘 미디가 워낙 좋아서 드럼을 직접 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전두영) “이 곡은 주위 사람들과 오래도록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내용이다.”
(고광표) “이 앨범을 낼 때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실패라고 느껴져도 괜찮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돼’ 같은 가사가 새로 들어갔다.”
= 끝으로 ‘No More No More’다.
(고광표) “요즘 시국에 딱 들어맞는 곡이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SBS만 심의를 통과했다.”
(전두영) “‘Stay With Me’보다는 무겁고 헤비한 사운드다. 원래 가사 중에 ‘별달린 개자식’이 있었는데 심의에 걸릴까봐 ‘별달린 사람들’이라고 고쳤다. 그런데도 방송불가 심의가 나온 거다.”
= 내년 계획을 들려달라.
(고광표) “내년 계획은 내년에 세울 거다.”
(전두영) “술을 끊고 싶다.” / kimkwmy@naver.com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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