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포지션에 항상 미련이 있었던 이재원(28·SK)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가슴이 뛴다”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2016년은 프로 데뷔 이후 이재원의 가슴이 가장 쿵쾅거렸던 시기였다.
포수로 입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포수’로는 뛰지 못했던 이재원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처음으로 팀의 ‘주전 포수’ 타이틀을 달았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치르는 풀타임 첫 시즌이었다. 결산은 성과와 아쉬움 중간의 어디쯤에 있다. 130경기에서 타율 2할9푼, 15홈런, 64타점을 기록한 이재원은 896⅓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는 지난해(563⅓이닝)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리그 3위의 기록이기도 하다. 무릎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 기록은 더 확장될 수도 있었다.
이재원이 가지고 있는 공격적 재능에 비하면 공격 성적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포수 출전 이닝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얻은 것이 많은 시즌이었다. 데뷔 후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포수 합계가 263⅔이닝에 불과했던 이재원이었다. 타격을 인정받아 꾸준히 1군에 머물렀지만 이 부문은 가슴의 한으로 남았다. 그러나 2014년 430⅓이닝, 2015년 563⅓이닝에 이어 올해는 900이닝에 이르는 시간 동안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이재원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잘했던 것보다는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면서도 “그래도 많이 나가다보니 조금씩 여유는 생기는 것 같다. 시야도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해를 돌아봤다. “포수로 입단했는데 나이 서른에 첫 풀타임을 뛰었다”고 씁쓸한 입맛을 다지는 이재원이지만 이제라도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는 모습이다.
이런 이재원은 무릎 재활을 마쳤다. 이재원은 “무릎 상태는 괜찮다. 1월부터는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들어가고, 사이판으로 나가 개인 훈련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17년 대도약을 노리고 있다. 팀의 확실한 주전 포수로 약해진 마운드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또한 나이도 팀을 이끌어갈 만한 나이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편 이재원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최근 고착화되고 있는 ‘포수 빅2’에 도전할 만한 유력한 후보자가 될 수 있다. 국가대표팀 포수인 강민호(31·롯데)와 양의지(29·두산)가 그들이다.
두 선수는 최근 KBO 리그 골든글러브 판도를 양분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마스크도 나눠 쓰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을 위협할 만한 선수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표팀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수 모두를 고려할 때 이재원이 가장 유력한 도전자로 뽑는다. 이재원도 이제 포수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한 만큼 겸손하게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이다.
이재원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도전할 만한 선수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라면서 위를 보고 달리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뒤늦지만 의미있는 스타트를 끊은 이재원이 2017년에는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