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올해부터 비활동기간(12월~1월)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했다. 관행적으로 허용되던 출입도 12월에는 원천 봉쇄된다. 1월에는 경기장에 나갈 수는 있지만 코칭스태프 접촉은 경기장 금지된다. 1월 중순 시작됐던 전지훈련도 이 방침에 따라 올해는 2월부터 시작된다.
선수들의 휴식과 정당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일리는 있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특히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의 머리가 아프다. 좀 더 세밀하게 파고들면 투수코치들이 그렇다.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어진 전지훈련에 애가 탄다. 투구 일정을 새로 짜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선수들의 몸 상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긴장상태로 전략을 고치고 또 고치는 중이다.
보통 투수들은 1월 15일 전지훈련이 시작되면 첫 턴은 간단한 몸 풀기로 시작한다. 그 후로는 개수를 조절하며 투구를 시작한다. 선수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2~3일 간격으로 투구를 하며 서서히 예열 단계를 거친다. 베테랑 선수들은 3번 정도, 힘이 있는 신진급 선수들은 4번 정도 투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월에 들어서면 대다수의 선수들은 80% 정도의 힘으로 실전 등판을 할 수 있도록 조정을 거친다. 2월 중순부터는 실전 경기에 나서며 시범경기 및 정규시즌에 대비하는 일정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보름’이 관건이다. 2월부터 라이브피칭에 들어갈 수는 있을 정도의 수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불안감이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만들어 와야 한다.
수도권 구단 A투수코치는 “예전 전지훈련과는 완전히 다른 일정을 짜야 한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고민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인별로 편차가 있어 한 프로그램에 모든 투수들을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월에 코치들이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를 유심히 살필 수 있으면 모를까, 비활동기간 준수라는 강력한 구호가 있어 접근하기도 조심스럽다.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어 모든 선수들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A코치는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지방구단 B투수코치 또한 “연봉이 많은 주전급 선수들이야 해외에서 몸을 만들 수도 있고, 자신의 루틴이 있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다. 해외에 나가기도 어렵고, 의욕만 앞서 체계적인 훈련 없이 오버페이스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경우 부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자, 주안점을 두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B코치는 “비활동기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직은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개인 의견을 덧붙였다.
선수들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코치들의 예상대로 주축 투수들은 큰 문제가 없다. 대다수의 주축 투수들은 1월 초에서 중순 따뜻한 괌이나 사이판 등으로 출국해 몸을 만들 예정이다. 한 베테랑 투수는 “지난해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국내에서 몸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시즌 준비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 신진급 투수는 “웨이트트레이닝은 괜찮은데 피칭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다. 2월부터 시작하는 전지훈련이 낯설어 어떻게 훈련 프로그램을 짤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모두에게 생소한 시작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각 팀의 마운드 전력이 요동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