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는 살인 사건을 증언할 수 있을까?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12.28 08: 59

'AI'(인공지능) 스피커가 살인 사건의 유력한 목격자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 기기는 소유자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도 괜찮을까?
이런 논란이 미국 알칸사스주에서 발생한 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다.
살인 사건 용의자인 제임스 베이츠는 자신의 집에 있는 야외 온수 욕조에서 친구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살인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 용의자의 집 안에 있는 AI 스피커에 주목했다. 용의자가 쓰고 있는 '디지털 비서'는 아마존 에코(Amazon Echo)다. 작은 스피커처럼 생긴 이 기기는 애플의 '시리'처럼 사용자의 말을 알아 듣고 명령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그날의 날씨를 알려준다든지, 온라인 쇼핑을 해준다든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골라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경찰은 살인사건이 있던 그날, 에코가 어떤 명령을 들었는 지, 또는 우연히 사건 당시의 상황이 녹음 되지는 않았는 지 파악하고자 했다. 어쩌면 살인을 입증할 결정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기기가 사용자의 목소리를 기기 내에 저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사용자의 명령은 곧바로 인터넷을 타고 아마존의 서버로 전해지고, 여기서 내용을 분석한 뒤 요구 사항에 맞는 정보를 찾아 사용자에게 전달해 준다. 즉 명령자의 목소리가 저장 되는 장소는 아마존 서버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했을때 용의자 또는 제3의 인물이 장치를 작동시켰다면 녹음 내용이 사건 해결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아마존에 음성 녹음 기록 제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요구를 거부했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는 적법하고 합당한 법적 절차 없이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쓴 아이폰 암호를 풀어달라는 FBI의 요구를 애플이 거부한 것과 같은 맥락의 입장이다.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 정보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공익에 부응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서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또 이런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에코는 사건 해결에 큰 단서가 될 수 있겠지만 정식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불법 기록으로 간주될 수 있고 피고인도 자신의 동의없이 녹음된 증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인공 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비서'가 미래 사회에 새로운 사회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what@osen.co.kr
[사진]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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