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가 뛰어나다면 뒤를 잇는 후임자에게 당연히 주목되기 마련이다. NC 다이노스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29)의 얘기다.
NC는 27일 "에릭 테임즈를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재비어 스크럭스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총액 10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스크럭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50경기 타율 2할2푼7리(119타수 13안타) 1홈런 5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가장 많은 24경기에 출장한 것이 전부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19라운드 전체 575순위로 지명받았고, 6년 만인 2014년 메이저리그에 첫 발들 디뎠다. 유망주도 아니었고 그리 주목받는 선수 축에 끼지 못했다.
스크럭스는 본의 아니게 태평양을 건너 새로운 무대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전임자인 테임즈의 존재 때문이다. 스크럭스가 메이저리그 데뷔 무대를 가질 시기, 테임즈는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이후 3년간의 성적은 말 그대로 '리그 폭격' 수준이었다. 3년 연속 타율 3할 이상 30홈런 120타점 이상씩을 기록했고 통산 장타율은 7할2푼1리에 달한다. 2015년 KBO리그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주력까지 겸비했다. KBO리그 호타준족이 표본이었다. 2015년에는 또한 리그 최우수 선수, 골든글러브를 석권했고, 올해는 홈런왕(40개) 타이틀도 따냈다. 테임즈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밀워키 브루워스와 3년 1600만 달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포함된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제 테임즈가 폭격을 하고 지나간 자리, 그림자만 드리운 곳에 스크럭스가 새롭게 터를 잡아야 한다. NC는 테임즈의 공백을 메우면서 팀 컬러와 동떨어지지 않는 선수를 원했다. NC의 내년 시즌 테마는 '뛰는 야구'다. 현장 역시 외국인 타자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타자를 원했다. 이에 대한 적임자가 스크럭스라는 것.
NC 구단은 "좋은 레벨스윙을 갖춘 파워히터로서 테임즈의 파괴력에 뒤지지 않아 빈자리를 잘 메워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주력으로 도루도 종종 기록했던 스크럭스는 내년 시즌 다시 뛰는 야구를 준비하는 NC의 ‘달리는 4번 타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장타력과 주력 모두 테임즈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부족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NC가 바라던 모습을 어느정도 보여줬다. 마이너리그 통산 9시즌 동안 총 169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장타율은 4할7푼2리, 출루율은 3할5푼5리였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8할2푼6리. 마이너 통산 타율이 2할5푼7리로 정확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생산성은 괜찮았다.
마이너 최근 3시즌으로 범위를 좁히면 성적은 더욱 괜찮아진다. 타율 2할7푼1리 56홈런 194타점 출루율 3할7푼1리 장타율 4할8푼5리. OPS는 8할5푼7리다. '타고' 성향의 퍼시픽코스트리그가 주 활동 무대였지만, KBO리그 역시 '타고'의 리그다. 도루도 통산 40개를 기록했는데, 2013년 더블A에서 11개의 도루를 기록했듯, 마음만 먹으면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3시즌은 11개다.
테임즈도 한국 무대에 오기 직전 트리플A에서 보낸 3시즌, 타율 3할1푼2리 23홈런 123타점 12도루 출루율 3할8푼9리 장타율 5할6리, OPS 8할9푼4리의 성적을 남기며 NC의 유니폼을 입었다. 테임즈와 스크럭스는 한국에 오기 직전 마이너리그 3시즌에서 비슷한 비율성적을 남겼다.
또한 직전 3시즌에서 선구안의 척도인 볼넷/삼진 비율도 비슷했다. 테임즈는 0.5(89볼넷/178삼진), 스크럭스는 0.54(165볼넷/307삼진)였다. 테임즈가 한국에서 0.80(235볼넷/293삼진)의 성적으로 선구안이 좋아진 것을 감안하면 스크럭스도 이에 못지 않은 선구안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공갈포 성향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정일 뿐이다. 결국 적응력이 관건. 테임즈는 손쉽게 적응을 끝내며 리그를 주름잡았다. 스크럭스가 얼마나 빨리 리그에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테임즈의 후임이라는 부담을 떨쳐내느냐가 한국무대 성공의 선결조건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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