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불의와 타협 NO..들이박는 스타일" [인터뷰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2.28 07: 35

 캐릭터 컬렉션. 배우 강동원은 마치 사랑하는 만화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소중히 모으는 것처럼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번에 그가 새롭게 장식장에 올려놓은 캐릭터는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의 정의로운 형사 김재명이다.
영화 속 김재명은 사법고시도 패스한 엘리트 형사로 지능범죄수사팀장을 맡아 죄책감도 없는 절대악 ‘진회장’(이병헌 분)을 쫓는다. 명예도 돈도 개인적인 복수도 이유가 될 수 없다. 마땅히 경찰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곧 그에게 정의다.
재명을 연기한 강동원은 이런 측면에서 캐릭터에 접근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나리오를 접하고 캐릭터에 대한 설계와 촬영에 들어서고 연기를 풀어간 과정 등 영화에 관한 비화부터 개인적인 과거의 경험담까지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

부당한 것에 타협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강동원을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배우로 살아온 지도 13년이 됐지만, 만약 배우가 아닌 경찰을 업으로 삼았다면 좌천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을 것이라는 답변에서도 마치 ‘마스터’ 속 재명이 겹쳐 보였다.
다음은 강동원과 나눈 일문일답.
-김재명 역을 연기하기 위해 중점으로 둔 것이 뭔가.
▲시나리오를 읽고 대사가 많아서 러닝타임이 걱정됐다. 그래서 대사를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심지어 나중에 녹음할 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대사를 왜 이렇게 빨리 했을까’ 싶기도 했다.(웃음) 제가 공들인 신이 날아갈 수 있으니까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은 주어진 대사를 빨리 치는 것이었다. 예전에 호흡을 너무 길게 가져가서 분량을 잡아먹어봤던 적이 있었거든.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제 캐릭터는 정보 전달을 엄청 많이 한다. 감정이 안 들어가 있고 말만 하니까 대사도 많고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런 캐릭터도 한 번 해봐야지 싶었는데, 처음 시도하게 됐다. 캐릭터 디자인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영화의 베이스를 깔아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땐 지금과는 다른 것도 준비해야 하는 걸 느꼈고, 반성도 많이 하면서 공부했다. 어떤 캐릭터를 소화할 때마다 아쉬운 부분이 물론 있지만 보이기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지금까지 주로 영화의 임팩트를 담당했는데, 이번엔 베이스를 끌어주는 반대의 선택을 했다. 진회장(이병헌 분), 김재명, 박장군(김우빈 분) 중 재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사실 장군 역할 같은 경우에는 ‘검사외전’에서 해 본 넉살 좋은 사기꾼 캐릭터다. 나중에는 또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당기지 않았다. 진회장 같은 악역도 해봤지만, 캐릭터 설정상 나이가 있으니까 지금은 못 한다. 김재명은 지금 시점에서 도전해볼만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어렵더라. 이 정도까지 전체를 끌고 가는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큰 예산에 많은 배우들과 함께 전체를 끌고 가는 걸 해야 하니까 재미도 있었고 힘도 들었고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어떤 부분이 스트레스였나.
▲대사 처리가 힘들어지니까 템포를 무리하게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절대 도망가고 싶지 않더라.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
-어쩌다보니 시국에 맞는 이야기라 화제가 됐다.
▲시국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거 딱 하나 때문에 국민들이 이렇게 화가 났다곤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의 스트레스가 풀렸으면 좋겠다. 원래 처음부터 우리나라가 굉장히 정의로운 나라라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래서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정의가 실천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통쾌하고 속이 시원하더라.
-재명은 판타지라고 할 정도로 정의로워서 되레 신선했다.
▲경찰이 정의를 실천하는 건 당연한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재명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 없어서 이입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캐릭터에 굳이 원한을 가지는 과거와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 강동원도 비슷한 편인가.
▲저도 부당함에 대해 타협을 안 하는 편이다. 성격은 비슷할 수 있다. 만약 배우가 안 되고 경찰이었다면 끝까지 했을 거다. 해보고 좌천돼서 때려치우든, 아니 좌천이 되더라도 끝까지 했을 것 같다. 저도 엄청나게 집요한 스타일이라.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과 굉장히 많이 부딪쳤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예를 들어 체벌할 때 본인의 감정이 느껴질 때면 ‘앞으로 잘할 거지?’라는 말에 절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운동장 몇 바퀴를 기게 하는데 피나도 절대 대답하지 않았고, 한 시간 내내 기었던 기억이 있다.
-전교 1등만 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수재들이 모이는 고등학교라고 하던데.
▲전교 1등? 꼭 아니더라도 갈 순 있다. 고등학교 때쯤은 자의식도 자리 잡기 시작하고 친구들과 많이 대화를 나누면서 굉장히 순수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애들도 다 안다. 어떤 선생님이 부당한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앞에서는 말을 못하더라. 저는 성격이 들이박던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부당한 일이라는 걸 알면 타협하지 않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영화사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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