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이제는 페네르바체의 심장...'프로즌' 김태일의 새로운 도전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6.12.27 10: 38

롤챔스 대표적인 '영고(영원한 고통)'의 아이콘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즌' 김태일이다. 데뷔한 이래로 성실함과 꾸준함에서는 인정받았지만 유독 승운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항상 바람 앞에 서있던 촛불 같았던 팀의 명운을 붙잡았던 롱주의 간판스타였다. 지난 달 30일 그가 계약에서 풀리자 최고의 LOL팀 SK텔레콤도 그에게 입단을 타진했을 정도로 그의 가능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지난 3년간 정들었던 롱주를 떠나 '프로즌' 김태일은 터키의 페네르바체에서 e스포츠 인생 2막을 시작하려한다. 페네르바체는 우리에게는 배구선수 김연경이 뛰고 있어 친숙한 터키의 명문 스포츠클럽.
불과 3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와일드카드 지역인 터키리그 진출을 결심한 그에게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듣고 싶었다. OSEN은 김태일이 페네르체바 입단을 결정한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남을 가졌다.

"해외 진출을 이렇게 할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사실 롱주와 계약이 끝나고 오퍼가 빠른 시간에 올 줄 몰랐죠. 워낙 IEM 오클랜드에서 부진했어잖아요. 그런데도 연락이 오더라고요(웃음). 페네르바체서 저를 필요로 하는 진심이 느껴졌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 동안 롱주를 거쳐간 수많은 선수들을 보면서 태일을 가르킬 때 많은 선수들과 팬들은 '영고의 아이콘'으로 부른다. '스멥' 송경호, '쿠로' 이서행 등 롱주 출신 선수들이 다른 곳에서 흥하는 경우를  팬들은 우스개 소리 탈 IM, 탈 롱주 등 으로 비유해 롱주 출신 선수들의 활약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롱주에서의 지난 3년을 묻자 그는 아쉽다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의 몸값이 급등하는 최근 추세와는 다르게 그는 지난 재계약협상에서 동결 내지는 삭감을 감수하려 했을 정도로 팀에 남고 싶었다. 그의 협상 과정을 아는 한 관계자 역시 "팀내에서 유일하게 몸값을 부풀리지 않으려 했던 선수"라며 그의 팀 사랑을 전했다.
"돌아보면 아쉽지 않은 순간이 없어요. 팀원들 중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한 곳으로 힘이 응집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죠. 그래서 아쉬워요. 그래도 터키리그서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강동훈 감독님도 터키 진출을 안타까워 하시면서도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주셨어요. 저에게 탈 IM 소리를 꼭 들었으면 한다는 말씀도 해주실 정도였어요."
차기 팀으로 LCK가 아닌 와일드카드 지역을 선택한 것에는 그의 도전 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평소 해외서 선수생활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어요. 사실 영어도 잘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기죽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진출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저의 엉뚱함 때문이에요. 해외지역과 한국의 격차를 줄여보자는 뭐 그런 엉뚱함 말이죠.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정말 잘해야 하는데."
페네르바체 입단으로 인해 SK텔레콤의 영입 제안이 성사되지 못한 아쉬움을 묻자 그는 "이 또한 아쉽지만 터키에서 잘하면 되요"라고 넉살을 부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SK텔레콤에 가면 이상혁의 서브 자리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강한 팀이고, 인기팀이라 부담은 있겠지만 이상혁 선수는 정말 좋은 선수잖아요. 제가 나이가 조금 더 있지만, 가면 많이 배울거라고 생각해요. 진작에 알았다면 좋았을테지만 그렇다고 터키행을 결심한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라고 유쾌한 웃음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김태일은 2017시즌 자신의 활약을 기대해달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특히 지난 3년간 꾸준하게 성원해준 팬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 동안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 못해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앞으로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지만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먼 곳에 있지만 팬 여러분들께서 지켜보신다는 걸 잊지 않겠습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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