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열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야구대표팀이 시작부터 삐끗거리고 있다.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러다 역대 최약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내달 4일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대표팀 관련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대표팀에서 빠지는 선수들의 대체자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훈련 일정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이날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머리 아픈 것은 대체 선수 선발이다. 지난 11월 일찌감치 28인 엔트리를 발표했지만 이탈한 선수가 적지 않다.
이용찬(두산)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공백은 이미 심창민(삼성)의 승선이 결정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강정호(피츠버그) 김광현(SK)이 차례로 빠져 또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강정호는 12월 음주사고로 물의를 일으켰고, 김광현은 내달 팔꿈치 수술대에 오른다. 강정호는 팀의 주전 내야수, 김광현은 에이스급 투수라는 점에서 전력 타격이 크다. 이 관계자는 “두 선수가 빠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수가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MLB) 소속 선수들의 WBC 출전이 불투명한 것도 대표팀을 괴롭힌다. 추신수(텍사스)와 김현수(볼티모어)가 그렇다. 두 선수는 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소속팀의 확실한 지원사격이 없다. 특히 추신수의 경우 소속팀 텍사스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KBO측에서 모든 루트를 총동원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아직 텍사스나 볼티모어는 확실한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표팀은 두 선수의 공백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야 할 처지다. 이 관계자는 “두 선수의 이탈은 물론,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이대호의 상황도 마지막까지 살펴야할지 모른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최악의 경우에는 해외파 없는 선수 구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대회에서 자칫 잘못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최약체 멤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 ‘프리미어12’ 당시에도 대표팀은 최약체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비해서도 김광현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라는 핵심 멤버 4명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0·2014 아시안게임에 비해서도 약한 전력이다. 2013년 3회 WBC에서 한 수 아래로 봤던 팀들에게 호되게 당한 대표팀으로서는 일본행, 혹은 미국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다만 이참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다본 ‘대표팀 리빌딩’의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어차피 이번 WBC에서 나서는 선수 중 절반 이상은 2020년 때 30대 중반 이상이 되는 선수들이다. 대표팀의 황금세대를 이끌었던 ‘82년생’ 선수들의 출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올림픽에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할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다소 기량이 못미덥더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의 기회를 줘 2020년을 노리는 보폭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