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BO 리그 스토브리그가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다. 아직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 선수 영입과 연봉협상까지 ‘3대 과제’가 모두 상당 부분 해를 넘긴다. 1월까지는 여러 소식이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FA 시장은 예년에 비해 느린 속도였다. 원 소속팀 우선협상기간 폐지로 ‘속도전’을 기대했으나 대어급 선수들의 해외진출 의사 등이 맞물려 시간이 지체됐다. 자격을 행사한 전체 15명의 선수 중 아직도 4명(황재균 이진영 정성훈 조영훈)이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다.
황재균은 여전히 미 메이저리그(MLB)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아직 미국 FA 시장이 정리되지 않아 국내 팀과의 협상은 유보된 상황이다. 원 소속팀 롯데는 물론, 3루 보강에 올인하고 있는 kt도 황재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물론 MLB 진출에 대한 뜻만 정리되면 일사천리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나머지 선수들은 원 소속구단 잔류가 유력시된다. 보상선수의 벽 때문에 이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성훈과 이진영은 이미 30대 중반이다. 구단은 최대한 짧은 계약 기간을 고수하고 있고, 선수들은 이에 쉽사리 도장을 내놓지 않는다. 일단 이진영보다는 정성훈 쪽의 결론이 더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훈은 연내 타결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NC도 조영훈에 대한 기존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인선도 상당수 구단이 해를 넘긴다. 현재까지 내년 외인 구상이 완료된 팀은 넥센·LG·KIA·SK까지 4팀이다. 두산도 마지막 미계약자인 더스틴 니퍼트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 실질적으로는 5팀이 구성을 끝마쳤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NC·롯데·한화·삼성은 각각 2명을 확정짓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kt도 외인 투수 한 자리가 비어있다.
수급의 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투수가 그렇다. MLB FA시장에서도 올해는 선발 자원들의 씨가 말랐다. 국내 구단의 추적을 받고 있는 상당수 투수들이 MLB 구단의 더 좋은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보다 준비하고 있는 금액은 많은데,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대상자들 때문에 구단들도 관망 상태다. 그렇다고 트리플A급 선수를 데려오자니 이미 한국 무대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을 보면 1월에도 고전하는 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봉 협상도 예년에 비하면 느리다. 물론 상당수 구단들이 80% 이상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일괄발표’ 쪽의 방침을 가지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사안이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년에는 12월 중순의 구단 종무까지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사인했다는 점에서 역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구단은 굵직한 선수들의 계약을 모두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전지훈련 출발과 무관하지 않다. 예년에는 1월 중순 전지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도, 구단도 그 전까지는 협상을 끝내는 게 바람직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활동기간 준수 방침에 따라 전지훈련 출발이 1월 말~2월 초로 늦춰졌다. 적어도 보름의 시간을 더 번 셈이다. 다만 1월부터 해외 개인 훈련 일정을 잡아둔 선수들이 많아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각 구단들은 1월 초 일제히 시무에 들어가고, 조만간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