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익래 인턴기자] NC 다이노스 ‘에이스’ 에릭 해커(33)가 KBO리그 해킹을 계속한다.
NC는 지난 26일 “해커와 100만 달러에 재계약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2013시즌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한 해커는 2017시즌 KBO리그 5년차가 된다.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5년 이상 활동한 외국인 총 10명. 이 중 투수는 6명이고 현재까지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세 명이다. 해커에 앞서 5년 이상 KBO리그를 호령했던 투수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기록을 살펴보고 해커의 2017시즌을 예측해보자.
▲다니엘 리오스(2002~2007 – 6년)
2002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데뷔한 리오스는 2004시즌 배영수, 개리 레스 등과 공동 다승왕에 오르는 등 한국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하지만 이듬해, 부진한 성적 탓에 시즌 도중 전병두와 맞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무대를 옮겼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리오스는 후반기에만 9승을 올리며 ‘에이스’로 등극했다.
5년차 리오스의 2006시즌은 다소 아쉬웠다. 주포 김동주의 부상 등 팀 타선이 난조에 빠지며 34경기 12승 16패 평균자책점 2.90에 그쳤다. 적은 승수 탓에 다승 공동 7위에 머물렀지만 탈삼진 3위, 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3위에 오르는 활약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듬해 리오스는 33경기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브랜든 나이트(2009~2014 – 6년)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 나이트는 KBO리그의 흥미를 끌었고 2009년 7월 삼성에 대체 외인으로 영입됐다. 2010시즌까지 2년간 삼성에서 뛴 나이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미국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나이트는 2011시즌을 앞두고 넥센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12시즌 30경기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명실상부 넥센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나이트의 KBO리그 다섯 번째 시즌이던 2013년은 다소 아쉬웠다. 직전 시즌 208⅔이닝을 던진 탓인지 경기력이 들쭉날쭉해진 탓이었다. 그럼에도 30경기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한 나이트는 넥센과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38세였던 나이트는 노쇠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한 뒤 5월, 웨이버 공시됐다. 나이트는 은퇴 후 2015년, 넥센의 퓨처스 팀 화성 히어로즈의 총괄 투수코치로 야구인생을 새로 시작했다.
▲더스틴 니퍼트(2011~현재 – 6+년)
‘니서방’ 니퍼트는 데뷔 첫해인 2011시즌부터 두산의 에이스였다. 직전 시즌까지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불펜으로 활약했던 경력처럼 니퍼트는 압도적이었다. 데뷔 시즌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한 그는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재계약에 성공한 니퍼트는 5년차 시즌이던 2015년, 어깨 부상 탓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20경기 출장에 그친 니퍼트는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반전은 가을에 일어났다.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5경기 3승(1완봉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을 기록하며 ‘니느님’으로 거듭났다.
2016시즌을 앞두고 진통 끝에 재계약에 성공한 니퍼트는 28경기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 팬과 프런트 모두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염원하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역대 외국인 최고연봉자 등극이 확실하다.
▲크리스 옥스프링(2007~2008, 2013~2015 – 5년)
‘옥춘이’ 옥스프링은 팀 하리칼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LG에 입단했다. 첫 시즌 무난한 성적을 기록한 옥스프링은 2008시즌, 너클볼을 장착하며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했다. LG는 옥스프링과 또 한 번 재계약을 맺었지만 제 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중 팔꿈치 부상을 당해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웨이버 공시됐다. 이후 호주 프로야구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 2013년, 롯데에서 다시 한 번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지만 3년째 계약은 실패했다.
옥스프링의 KBO리그 5년차는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하는 신생팀 kt에서 펼쳐졌다. kt는 네 명의 외인 중 두 명을 투수에 썼고, 옥스프링은 앤디 시스코와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처럼 여겨졌다. 기대에 부응하듯 4월 11일 넥센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역사적인 팀의 첫 선발승 투수로 기록됐다. 31경기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48. 준수한 기록이었지만 강력한 1선발에는 미치지 못했고 옥스프링은 kt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선수 은퇴를 선언한 옥스프링은 2016시즌 1월, 롯데 자이언츠의 퓨처스 팀 투수코치로 다시 한국 생활을 이어갔다. 2016시즌이 끝난 뒤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으로 현역에 복귀했지만 시즌이 끝난 뒤, 다시 롯데 코치로 복귀할 예정이다.
▲헨리 소사(2012~현재 – 5+년)
2012시즌 중반 대체 용병으로 KIA에 영입된 소사는 155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난조를 극복하지 못한 채 ‘맙소사’라는 별명을 남기며 KIA를 떠났다. 소사는 2014시즌 중반 넥센의 러브콜을 받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20경기 10승 2패 평균자책점 4.61로 승률왕에 올랐다. 시즌 종료 후 LG의 줄무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32경기 10승 12패로 최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꾸준히 이닝을 소화한 덕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5년차 소사의 2016시즌 역시 꾸준했다. 33경기 10승 9패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한 소사는 포스트시즌 3경기 1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가을야구에서의 맹활약 덕에 일찌감치 LG와의 재계약에 성공한 소사는 2017시즌, 한국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앤디 밴헤켄(2012~현재 – 5+년)
밴헤켄은 2012시즌을 앞두고 넥센에 영입됐지만 느린 구속 탓에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28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3.28로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2015시즌까지 밴헤켄은 4년간 120경기 58승 32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며 넥센의 ‘밴느’로 등극했다. 넥센 팬들은 벤헤켄이 36세로 고령임에도 재계약을 희망했지만, 밴헤켄은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로 팀을 옮겼다.
그러나 10경기 무승 4패 평균자책점 6.31로 부진한 밴헤켄은 세이부에서 웨이버 공시됐고 넥센과 ‘0원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넥센은 가족 같은 팀”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밴헤켄은 정규시즌 12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38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이어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7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경기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즌이 끝난 뒤 넥센은 밴헤켄과의 재계약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에릭 해커(2013~현재 – 4+년)
입단 당시 ‘ACE 트리오’ 멤버였던 아담 윌크, 찰리 쉬렉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KBO리그에 남아있는 선수는 해커다. 데뷔 시즌 27경기 4승 11패로 운이 따르지 않았던 해커는 재계약에 성공했고 2014시즌 30경기 8승 8패에 그쳤다. 두 시즌 연속 10승을 거두지 못한 해커였기에 재계약에 의문부호가 따랐지만 NC는 해커를 재신임했다.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에크라이’라고 불리던 해커의 공로와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3년차였던 2015시즌, 해커의 반전이 펼쳐졌다. 31경기 19승 5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한 해커는 다승왕, 승률왕, 피안타율 최저 1위,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시즌 종료 후, 일본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NC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잔류를 선언했다. 2016시즌에는 직전 시즌 204이닝을 소화한 후유증 탓인지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르며 23경디 13승 3패에 그쳤다.
이제 해커는 KBO리그 역사에 ‘여섯 번째 장수 외인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역 외국인 투수 중 브룩스 레일리, 라이언 피어밴드 등이 원소속팀과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KBO리그 세 번째 시즌을 치르게 된다. 해커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한참이다.
지난 시즌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며 선발 투수진이 붕괴된 NC는 2017시즌, 선발진 재건의 특명을 지니고 있다. 그 목표에 중심을 잡아줄 든든한 에이스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해커의 5년차 2017시즌 성적에 따라 NC의 성적 역시 요동칠 수 있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해커는 팀의 전지훈련이 시작되는 내년 2월 1일,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해커의 해킹이 또 한 번 KBO리그를 뒤흔들까? 팬들의 관심이 그에게 쏠린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