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가 될까. 에이스 김광현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SK가 새로운 선발 투수를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 계획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은 물론 장래의 팀 성적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구단이 사활을 걸고 있다.
SK는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김광현과 4년 보장 85억 원(옵션 별도)에 계약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 내년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왼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손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당장 재활로도 공을 던질 수 있지만 던질 날이 많은 투수인 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기로 했다.
건강히 뛴다면 10승을 보장할 수 있는 에이스의 이탈은 팀 전력에 치명타다. SK의 내년 행보가 험난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근거다. 그러나 오히려 이 기간을 알차게 보낸다면 3~5년 뒤를 내다본 전력 구상이 탄력을 받는다. 이에 SK도 선발 요원 확충을 2017년 최대 목표로 걸고 구상을 짜고 있다. 불펜에 비해 선발진 육성이 더뎠던 SK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SK의 선발진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메릴 켈리·스캇 다이아몬드)와 토종 우완 에이스인 윤희상까지가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년간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했던 박종훈도 근접해 있다. 다만 김광현의 이탈로 생긴 최소 한 자리, 혹은 박종훈의 부진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둔 두 자리가 미지수다. SK 관계자들은 “적어도 선발 한 명은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에 공감하고 있다.
20대 초·중반의 선수들 중 후보자들이 몇몇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우선 올해 초 선발로 가능성을 보인 문승원(27)이 5선발에 가장 가까운 후보로 뽑히는 분위기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돌아온 문승원은 선발 12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6.66을 기록했다.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지만 초반에 보여준 가능성은 있었다. 첫 4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중반 이후 상대 분석에 버티지 못했지만 구단이 애당초 선발로 육성한 자원이다. 최고 140㎞ 중반대에 이르는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 스플리터는 위력을 인정받았다. 체력도 괜찮은 편이다. 제구 및 경기 운영 등 올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점차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다. 올해 경험이 좋은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유망주 투수들도 있다. 구단이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선수는 우완 이건욱(21)과 좌완 김성민(22)이다. 모두 고교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던 심장을 가지고 있다. 공 끝에 힘이 있고 역시 던질 수 있는 구종도 많다. 구단에서는 내심 두 선수 중 하나가 5선발로 성장해주길 바라고 있다. 더 장기적인 자원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있었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를 전후해 컨디션이 좋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1·2군을 연계한 체계적인 선발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구단이 봤을 때 선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거나, 선발 투수가 좀 더 옷에 맞는 선수들은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기용한다는 구상을 짜고 있다. 이건욱과 김성민이 2군에서 시작한다면 이 구상에 따라 로테이션을 돌게 될 전망이고 그 외 몇몇 유망주들도 같은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팔꿈치 인대 수술에 이어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으며 복귀 시점이 늦어진 사이드암 백인식도 히든카드다.
기존에는 1군 상황에 맞춰 2군 유망주들이 보직을 어지럽게 옮겨 다니는 일이 많았다. 내년에는 그런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고 선수들에게 확실한 보직을 주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SK 구단은 내년을 앞두고 선수별 맞춤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마운드 육성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김광현이 돌아올 2018년에는 팀 투수진이 크게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