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미국통신] 어빙神, CLE의 산타클로스가 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2.26 08: 46

크리스마스 매치의 주인공은 카이리 어빙(24, 클리블랜드)이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즈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6-17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에서 어빙의 결승골에 힘입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09-108로 물리쳤다. 5연승을 달린 클리블랜드(23승 6패)는 동부 1위를 달렸다. 7연승에서 멈춘 골든스테이트(27승 5패)는 NBA 전체 1위를 유지했다. 
지난 시즌 파이널 리턴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시즌 우승멤버에서 J.R. 스미스만 손가락 부상으로 빠졌다. 대신 리안드레 리긴스가 출전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빅3’를 제외한 주전 두 명이 바뀌었다. 앤드류 보거트와 해리슨 반스 대신 자자 파출리아와 케빈 듀런트가 뛰었다. 듀런트의 파급력이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 그린의 이른 파울...프라이의 선전 
드레이먼드 그린은 클리블랜드 홈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린은 1쿼터 종료 9분 25초를 남기고 리긴스에게 파울을 범했다. 2분 만에 2파울을 범한 그린은 판정에 불복해 화를 단단히 냈다. 팬들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가뜩이나 ‘낭심 사건’으로 팬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의 그린이었다. 스티브 커 감독은 곧바로 케본 루니를 투입해 그린을 진정시켰다. 
골든스테이트는 골밑수비에서 곧바로 구멍이 뚫렸다. 역시 교체로 투입된 채닝 프라이는 내외곽에서 득점을 터트려 제임스의 부진을 메웠다. 카이리 어빙과 펼치는 픽앤팝(pick&pop), 제임스와의 2대2 픽앤슬립(pick&slip)으로 프라이는 쉽게 득점을 적립했다. 전반전 프라이가 올려준 10점이 아니었다면 클리블랜드가 크게 끌려가는 어려운 양상이 될 뻔했다. 
▲ 듀런트에게 쏟아진 야유 
듀런트가 경기 첫 득점에 성공하자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클리블랜드 팬들은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엄청난 소리를 질렀다. ‘겁쟁이’ ‘배신자’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우승을 위해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한 그의 결정을 비꼬는 것. 
어빙과 커리는 거의 서로를 수비하지 않았다. 반면 제임스와 듀런트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1쿼터 중반 듀런트가 덩크슛을 내리 꽂은 뒤 곧바로 르브론의 속공덩크가 이어졌다. 제임스는 속공에 이어 파울까지 당했지만 앤드원이 선언되지 않았다. 반면 듀런트는 완벽한 공격자 파울이 자유투로 인정됐다. 두 선수의 파워게임에 장내가 떠나갈 듯 했다. 지구상 최고의 농구쇼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았다. 
듀런트는 36점, 15리바운드로 골든스테이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에서 리차드 제퍼슨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제대로 슛을 쏴보지도 못했다. 경기 내내 부지했던 제퍼슨은 대박 덩크 한 방과 마지막 수비 성공으로 모든 것을 만회했다. 
▲ 제임스의 전반전 부진...후반전 폭발
제임스는 슈팅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첫 슛을 놓친 제임스는 잇따라 쉬운 기회를 놓쳤다. 제임스는 자신에게 쏠린 수비를 이용해 외곽의 동료들에게 연결했다. 제임스의 패스 한 방으로 수많은 오픈찬스가 열렸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효과적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리차드 제퍼슨은 잇따라 노마크 3점슛을 놓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후보들이 점프슛만 제대로 넣어줘도 클리블랜드가 쉽게 갈 경기였다. 
제임스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골밑으로 파고들었다. 첫 번째 슛이 막히면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재차 슛했다. 자신의 육체적인 장점을 최대한 살린 플레이였다. 2쿼터 막판 자자 파출리아의 골밑슛을 제임스가 화끈하게 쳐내고 포효했다. 폭발적인 함성이 쏟아졌다. 그만큼 그 동안 제임스답지 않은 답답한 경기를 했다는 의미였다. 제임스는 3쿼터 3연속 3점슛으로 클리블랜드에 주도권을 찾아왔다. 3쿼터 종료와 함께 덩크슛을 시도하는 제임스를 듀런트가 파울로 막아낸 장면도 압권이었다.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득점대결을 펼쳤다. 
제임스는 4쿼터 막판 어빙이 준 패스를 슬램덩크로 연결했다. 클리블랜드가 승리하게 된 결정적인 플레이였다. 어빙의 패스와 제임스의 마무리가 모두 완벽했다. 이날 제임스는 31점 중 20점을 후반전에 집중시켰다. 13개의 리바운드와 4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곁들였다. 
▲ 어빙神, 커리를 넘다 
포인트가드 대결도 흥미로웠다. 어빙은 NBA에서 드리블을 가장 잘 치기로 소문난 선수. 상대가 발목이 부러져라 코트를 휘젓는 그의 드리블은 진기명기에 가까웠다. 어빙은 파울을 당하면서도 공중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더블클러치를 시도해 성공했다. 빈 곳을 찾아 찔러주는 패스도 일품이었다. 
어빙은 4쿼터 14점으로 폭발했다. 과감한 3점슛을 터트린 어빙은 잇따른 수비에서 스틸을 성공했다. 다급해진 그린이 어빙에게 파울했다. 커리가 전혀 어빙을 제어하지 못했다. 어빙은 4쿼터 종료 2분 8초를 남기고 동점을 만드는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수비에서 기여도가 매우 큰 그였다. 이어진 공격에서 어빙의 패스를 제임스가 역전 덩크슛으로 연결했다. 클리블랜드 천장이 내려앉는 분위기였다. 기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해댔다. 
어빙은 종료 42.9초를 남기고 스틸에 이은 레이업슛을 넣었다. 골든스테이트 턴오버가 다시 찾은 기회. 어빙은 종료 3.4초전 과감한 턴어라운드 역전슛을 성공했다. 마치 지난 파이널 7차전에서 터진 그의 슈팅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어빙은 “평소 좋아하는 자리라 자신 있게 던졌다. 파이널 7차전과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0초가 남아 있었고, 기회가 있다면 굳이 슛을 아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잘 들어갔다.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며 웃었다. 
제임스는 “카이리! 넌 참 특별해”라며 승리의 공을 돌렸다. 
이날 커리는 15점에 그쳤다. 간간히 멋진 장면을 연출했지만, 케빈 듀런트나 클레이 탐슨만큼 기여도가 높지 않았다. 그는 장기인 3점슛을 7개 던져 2개 넣었다. 초반 파울트러블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커리는 종료 1분 14초를 남기고 3점 차로 리드하는 3점슛을 꽂아 부진을 만회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활약은 없었다. 
▲ 윙크 한 번 했다고 파울 
NBA답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오심도 나왔다. 3쿼터 듀런트가 커리에게 밀려 넘어졌는데 제임스의 파울이 선언됐다. 아무리 NBA라도 심판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리차드 제퍼슨은 4쿼터 듀런트 앞에서 멋진 리버스 덩크슛을 터트린 뒤 윙크를 했다. 심판이 이를 두고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관중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경기 후 제임스는 “심판이 제퍼슨에게서 뭔가를 보고 테크니컬 파울을 준 것 같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료 직전 리차드 제퍼슨은 케빈 듀런트에게 파울성 플레이를 했다. 제퍼슨이 듀런트를 밀어 넘어뜨렸지만,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파울이 선언됐다면, 듀런트가 자유투 2구를 던져 승패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홈코트 어드밴티지가 무색하게 불리한 듯 보였던 클리블랜드는 막판 결정적 판정 하나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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