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 ②'악몽의 순간' 10개 구단 WORST 경기는?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12.26 10: 30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나빴던 기억도 있는 법. 그 기억의 충돌 속에서 한 시즌이 지나갔다. 2016년이 지나가기 전, 올 시즌 각 구단별로 팬들을 가장 한숨짓게 했던 경기를 뽑아봤다.
▲ 한화- 4월14일 대전 두산전 '송창식 대난조'
2-17. 스코어만으로도 최악이지만 그보다 더 잊을 수 없는 건 송창식의 12실점이었다. 로사리오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이날 경기, 선발 김용주는 1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데 그쳤다. 0-0, 2사 만루에서 송창식이 긴급 투입됐지만 오재일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송창식은 2회 3실점, 3회 5실점, 4회 1실점, 5회 2실점으로 매 이닝 점수를 내줬다. 이미 스코어가 두산 쪽에 크게 기울어졌고, 실점도 두 자릿수를 넘었지만 송창식은 마운드를 외롭게 계속 지켰다. 4⅓이닝 90구 9피안타 4피홈런 2볼넷 12실점(10자책). 벌투 논란의 중심에 선 김성근 감독은 어지럼증으로 경기 중 덕아웃을 떠나 병원 검진을 받는 등 최악의 날이었다. 

▲ 두산- 7월 28일 고척 넥센전 '투타의 실종'
믿었던 투타가 힘을 한 번도 쏟지 못한 날이다. 7월 28일 고척 넥센전에서 두산은 선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기용했다. 이날 전까지 이미 13승을 기록했던 니퍼트인 만큼 승리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러나 니퍼트가 마운드를 밟은 건 2이닝에 불과하다. 등의 담 증세를 호소한 니퍼트는 2이닝 4피안타 4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설상가상 타선도 힘을 쓰지 못했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이지만 이날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닉 에반스만 3타수 2안타로 분전했다. 두산은 4회초 허경민의 적시타로 1점을 뽑아내 영봉패는 면했지만, 이마저도 상대의 실책이 포함된 득점이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두산은 니퍼트에 이어 등판한 불펜진 중 이현호만 2이닝을 버텼을 뿐 김강률, 진야곱, 조승수가 잇달아 점수를 내줘 1-12로 고개를 숙였다.
▲ NC-6월 21일 마산 한화전 '15연승 마감'
파죽지세였던 기세가 꺾이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NC는 6월1일 마산 두산전부터  19일까지 15연승의 맹렬할 기세를 달렸다. 누구도 NC를 당해내기 힘든 듯 했다. 하지만 NC의 발목을 잡은 팀은 한화였다. 두산시절, 길목에서 김경문 감독의 발목을 잡았던 김성근 감독과의 악연이 떠오른 경기였다. 초반부터 점수를 내주더니 쉽사리 따라잡지 못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은 빈볼 논란. 2-5로 뒤진 6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박석민과 송은범의 신경전. 박석민이 초구에 타석을 벗어났는데 타임을 선언하지 않은 심판. 그러자 송은범의 2구 째가 박석민의 등 뒤로 날아가면서 신경전이 시작됐고,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뒤이은 7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정근우 타석. NC는 최금강이 정근우의 등에 빠른공을 꽂았다. 그러나 정근우가 신경전 없이 걸어나가며 벤치클리어링의 불씨는 꺼졌다. 그러나 NC는 이날 15연승이 끊겼고, 이날 패배 포함 이후 6경기에서 1무5패의 부진에 빠졌다.
▲ LG- 10월 21일 마산 NC PO 1차전 '주도권 헌납'
최악보다는 가장 아쉬운 경기다. LG는 10월 21일 마산에서 열린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헨리 소사가 6.1이닝 동안 6탈삼진 무실점 활약을 펼쳐 승리에 다가서는 듯 했다. 소사가 버틴 덕분에 LG는 7회초와 8회초에 잇달아 1점씩을 뽑아내며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러나 9회가 문제였다. 믿었던 임정우가 흔들림을 보였다. 첫 타자 박민우에게 안타를 맞은 데 이어 폭투, 안타를 내주며 1-2 추격을 허용했다. 임정우는 조영훈을 삼진으로 돌리며 안정을 되찾는 듯 했지만, 이호준에게 또 안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LG 배터리는 손시헌을 고의 4구로 보내 루를 모두 채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용덕한에게 안타를 허용해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국 LG는 1차전의 충격 역전패에 이어 2차전까지 내주면서 기세가 꺾였고 플레이오프를 1승 3패로 마쳤다. LG로서는 1차전 역전패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다.
▲넥센 - 6월 9일 마산 NC '박주현의 비극'
시즌을 치르다보면 대패를 하는 날도 있다. 얼마나 잘 지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6월 9일 마산 NC전 넥센 팬들을 조기에 TV 앞에서 사라지게 한 경기로 기억된다. 1회 3점을 먼저 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선발 박주현이 1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무려 9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선발 투수가 1회에만 9실점을 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 교체 시점을 놓고 고민하던 넥센은 결국 박주현을 빼고 경기에 임했지만 초반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이 난 NC의 방망이에 고전하고, 실책까지 겹치며 최악의 경기를 한 끝에 3회까지만 3-16으로 뒤졌다. 넥센은 수건을 던졌고, 마산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KIA-8월 21일 광주 LG전 '너무 쓰라인 역전패'
KIA는 1회 김주찬의 3점홈런, 서동욱의 솔로포로 4-0으로 기분좋게 앞서갔다. 3회말도 무사 2,3루 기회에서 두 점을 뽑았다. 그러나 LG는 2회 양석환 2타점 2루타, 4회 집중타로 2점을 따라붙었고 5회는 박용택의 중전안타로 한 점차까지 따라붙었다. KIA는 6회말 나지완의 솔로포와 신종길의 대타 적시타로 두 점을 보태 8-5로 달아났다. 그러나 불펜이 무너졌다. 김광수가 8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4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채은성의 우익선상으로 쏠린 뜬공을 2루수 서동욱이 잡은 뒤 함께 달려든 우익수 이호신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이날 역전패로 3연승이 물거품이 되면서 상승세가 멈췄다. 이후 LG에게 번번히 패하면서 4강 싸움에서 밀린 계기로 작용했다. 
▲SK - 9월 10일 대전 한화 '9연패 시작된 최악 경기'
올 시즌 SK는 유독 한화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결국 시즌 막판 SK의 5강 가능성을 완전히 잠재운 암울했던 ‘9연패’도 한화전부터 시작됐다. 이 경기 전까지 6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4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던 SK는 한화와의 주말 2연전에 김광현과 켈리를 내 연승을 이어간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첫 경기였던 10일 0-14의 대패를 당했다. 선발 김광현은 2⅔이닝 동안 7실점(5자책점)하고 내려갔고 최정은 3회 5실점의 빌미가 되는 허무한 실책으로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3회까지 도루만 두 번 실패했고, 5회까지 병살타가 두 개나 나왔다. 타선은 천적 장민재에 6⅔이닝 동안 1점도 내지 못했다. SK는 이 경기를 포함, 9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와 완전히 멀어졌다.
▲롯데-7월29일 수원 kt전 '손승락의 배신'
끝내기로 흥한 롯데는 끝내기로 고개를 떨궜다. 7월29일 수원 kt전. 롯데는 선발 송승준이 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며 백기를 드는 듯 했다. 하지만 타선은 포기하지 않고 난타전 양상을 만들었다. 8-10으로 맞이한 9회초. 타선은 끝까지 제 역할을 다했다. 9회초 2사 2루에서 황재균의 적시타로 추격하더니 강민호의 극적인 역전 투런포가 터지면서 대역전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마무리 손승락이 9회말 1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전민수에 동점 적시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심우준에 끝내기 적시타를 맞고 패했다. 이 패배 이후 kt 3연전 스윕을 당했고 롯데의 후반기 몰락의 기점이 됐다. 이후 롯데는 22승31패(승률 0.415)에 머물렀다. 또한 수원 3연전 동안 원정 숙소에서는 불미스러운 '배달 음식'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삼성-6월 28~30일 사직 롯데 '악몽의 3연속 끝내기패'
돌이켜 보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삼성은 6월 28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 모두 아쉽게 패했다. 류중일 전 감독도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1차전서 4-4로 맞선 10회말 1사 2, 3루서 문규현에게 좌중월 스리런을 얻어 맞고 4-7로 졌다. 이어 2차전서 4-4 동점인 9회말 1사 2, 3루에 문규현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4-5 패배. 3차전에서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황재균에게 우중월 끝내기 솔로 아치를 허용하고 말았다. 사직 3연전을 제대로 잡았다면 어땠을까.
▲kt-5월 5일 수원 NC전 '어린이날의 악몽'
야구장을 찾았던 kt의 어린이 팬들에게는 최악의 날이었다. kt는 창단 후 처음 어린이날 홈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수원만 오면 타자들이 불을 뿜은 NC였다. 선발 정대현은 1회부터 스리런포를 허용하는 등 2이닝 6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이어 이상화가 등판했지만 4이닝 4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윤근영도 2이닝 5실점(2자책)의 기록. 수비에서 실책 2개가 나왔다. 타자들은 7안타 2타점 2득점에 그쳤다. 1회부터 승패는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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