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 ①'희열의 순간' 10개 구단 BEST 경기는?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12.26 10: 30

팬들을 웃게, 또 울게 만들었던 또 한 번의 시즌이 저물어간다. 곧 찾아올 2017년을 앞두고, 또 2016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올 시즌 팬들에게 최고의 승리를 안기며 환호하게 했던 각 구단별 최고의 경기를 뽑아봤다.
▲두산- 6월 30일 잠실 NC전 '보우덴의 노히트'
KBO리그 35년 역사에서 13번밖에 나오지 못한 기록을 봤다면 최고의 경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안방에서의 승전보다. 두산은 6월 30일 잠실 NC전에서 마이클 보우덴의 노히트 노런 활약으로 4-0으로 이겼다. 보우덴은 9이닝 9탈삼진 3볼넷의 안정된 투구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역대 3번째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보우덴은 1회초 2사에 김준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는듯 했지만, 실점하지 않고 버틴 이후 안정감 있는 운영을 보였다. 에릭 테임즈가 빠진 NC 타선은 보우덴을 공략하지 못하고 애를 먹었다. 보우덴은 7회초 투구 수 100개가 넘어가며 걱정의 시선을 받았지만 대기록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139구로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 NC-7월 31일 마산 LG전 '8점차 역전극'
저력의 한 판이었다. 무려 8점의 점수를 뒤집었다. 7월31일 마산 LG전. NC는 에이스 해커가 등판했지만 1회와 2회, 무려 7점을 헌납하며 초반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는 듯 했다. 6회에도 1점을 내주며 0-8로 뒤졌다. 첫 18개의 아웃카운트를 허무하게 날린 NC는 9개의 아웃카운트가 남았을 때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7개였다. 선두타자 테임즈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2아웃이 됐지만 김성욱의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대거 6점을 뽑아내며 LG를 압박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당연히 술렁였다. 그리고 9회. NC는 다시 한 번 기적을 일궜다. 9회 1사 1루에서 테임즈의 우중간 투런포로 8-8동점을 만들더니, 이어진 2사 1루에서 추격의 서막을 알린 김성욱이 역전극의 종지부를 찍는 끝내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9점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의 종지부를 찍었다.
▲LG- 8월 12일 잠실 NC전 '9연승 기세'
8월초부터 8월 중순까지는 LG팬들이 가장 신났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8월 3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연승 가도를 달린 LG는 8월 11일 NC전까지 8연승을 달렸다. 완벽한 상승세를 탔지만 8월 12일 NC전은 쉽지 않았다. 선발로 나선 우규민이 1회초에만 3점을 내주며 시작했다. 다행히 바로 추격에 나선 LG는 NC와 시소게임을 펼치며 7회까지 4-3으로 앞섰다. 그러나 8회초 NC에 연속 안타를 내주고 역전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LG의 저력은 위기에 빛났다. LG는 이어진 공격에서 선두 타자 오지환이 동점 홈런을 쳐냈고, 9회말 1사 박용택의 끝내기 2루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전보로 LG는 구단 역사상 3번째 9연승에 성공했다. 약 14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넥센 - 6월 14일 고척 롯데, '2.1% 뒤집은 8회 드라마'
8회초가 끝났을 때 넥센의 승리확률은 단 2.1%에 불과했다. 남은 두 번의 이닝에서 1-6, 5점차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넥센의 가공할 만한 소총이 롯데 불펜을 무너뜨리며 대역전승을 이뤄낸 날이었다. 이날 넥센은 8회에만 8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으며 대거 8득점을 해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8개의 안타 중 홈런은 하나도 없었으나 2루타가 3개, 3루타가 1개로 롯데 마운드를 완전히 KO 시켰다. 뭔가 홀린 듯한 안타의 향연이었다. 선발 최원태가 4⅔이닝 동안 5실점을 하고 내려갔으나 마정길 금민철이 합계 3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다리를 놨고, 결국 9회 김세현이 마운드에 올라 상대 상위타선 세 명을 삼자범퇴로 틀어막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KIA-10월 10일 LG 와카 1차전 '최고의 명승부'
치열한 5위 경쟁끝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2011년 이후 5년만의 가을무대였다. 잠실구장에서 가진 1차전에서 KIA는 4-2로 승리했다. 에이스 헥터 노에시의 7이닝 2실점 1자책점의 호투가 발판이었다. 고효준, 윤석민, 임창용이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LG 선발 데이비드 허프에가 막히던 타선은 4회 브렛 필의 안타와 1사후 나지완의 2루타로 기회를 잡고 2사2,3루에서 안치홍의 땅볼을 놓친 상대 유격수의 실책으로 두 점을 뽑았다. 6회 나지완의 1타점 희생플라이와 8회 김주찬의 적시타로 승기를 잡았다. 돌아온 유격수 김선빈은 명품 수비 2개로 실점을 막았고 신예 포수 한승택도 만원 관중에도 호수비를 했다. 2차전에서도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0-1로 패해 짧은 가을여행을 마쳤다. 그럼에도 외야수 김호령과 노수광은 명수비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최하위 전력에서 상위권을 넘보는 KIA의 힘이 집대성한 와카였다. 아울러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SK - 7월 2일 잠실 LG전 '홈런 타선 힘을 증명하다'
극적인 승리는 물론, ‘장타력 증강’에 초점을 맞춘 SK의 노선 변화가 비교적 올바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컸던 경기. 선발 김광현이 갑작스러운 팔꿈치 부상으로 강판된 뒤 김주한 채병룡 문광은이 연이어 마운드에 올라 불을 껐지만 9회 시작까지 1-2로 1점을 뒤지고 있었던 SK였다. 여기에 9회에는 상대 마무리 임정우가 올라왔다. 승리확률 8.9%의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 그러나 SK는 1사 후 정의윤이 동점 좌월 솔로홈런으로 단번에 균형을 맞춘 것에 이어 그 다음 타자였던 최승준이 극적인 중월 역전 홈런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드넓은 잠실에서 홈런의 힘으로 경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잠재력을 과시한 경기였다. 9회 위기 상황에서 박희수가 무실점으로 LG의 끈질긴 추격을 잠재워 더 뇌리에 남는 한 판.
▲삼성-6월 11일 광주 KIA전 '김기태 데뷔 첫 선발승'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기태가 대형 사고(?)를 쳤다. 선발진의 잇딴 부진 속에 중책을 맡게 된 그는 5이닝 2실점(2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1볼넷) 깜짝 호투하며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삼성은 KIA를 꺾고 3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이후 김기태는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호투를 뽐내며 귀중한 승리를 안겨줬다. 언제 부턴가 '연패 스토퍼'라는 근사한 수식어가 생겼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건 아쉽지만 의미있는 한 해였다.
▲롯데-6월28~30일 사직 삼성 '3연속 끝내기 승'
올시즌 가장 다이내믹한 순간이었다. 6월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삼성과의 홈 3연전을 모두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28일 경기에서 4-4로 맞선 10회말 1사 2,3루에서 문규현이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서막을 장식했고 이튿날 경기에서는 9회말 3-4로 뒤지던 9회말 1사 2,3루에서 문규현이 2타점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30일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10회말 황재균이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중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문규현은 KBO리그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의 주인공이 된 첫 번째 선수였다. 또한 롯데는 두산의 전신 OB가 1988년 6월17일 잠실 빙그레전과 6월 25~26일 롯데전에서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만든 이후 KBO 역대 두 번째 3경기 연속 끝내기 기록을 만들었다. 
▲한화- 6월4일 대구 삼성전 '한화 폭풍기세'
시즌 초반 끝없는 추락을 거듭한 한화는 5월26일 고척 넥센전부터 6월8일 대전 KIA전까지 12경기 11승1패로 대반격에 나섰다. 3~5일 대구 삼성전 3연전 싹쓸이가 결정적이었는데 그 중 4일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선발 로저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3회에 강판됐지만 송창식이 5~6회 두 번의 무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7회 로사리오의 적시 2루타 등으로 3점을 달아난 한화는 7회부터 심수창이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며 8-7 승리를 지켰다. 9회 무사 만루에서 배영섭을 병살타,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낸 장면이 백미. 한편의 영화였고, 주연은 심수창이었다. 
▲kt-5월 27일 수원 넥센전 '주권의 완봉승'
kt 미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주권은 넥센 타선을 상대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팀은 8-0으로 이겼고 주권은 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무엇보다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장식한 건 KBO 역사상 처음이었다. kt 구단으로서도 첫 완봉승의 기록이었다. 박경수의 역전 만루포 등 극적인 경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주권의 완봉승은 단 1경기가 아닌 향후 10년 이상을 책임질 미래 에이스의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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