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몸값 폭등 현상을 두고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현행 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 주체들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 장기적 관점에서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100억 시대가 열린 FA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주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선수들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형성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결국 구단들이 지출을 하지 않는가”라고 보고 있다. 구단들은 전력 보강을 위해 일부 팀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리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뛰는 몸값에는 다소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개선해 시장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제도는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문제임도 분명하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초 열린 KBO 윈터미팅 당시 단장 회의 때도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변경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 선수협 측은 오히려 축소 의견을 내고 있으나 아직 공론화 단계까지는 아니다. 때문에 당분간은 현행 ‘3인 보유, 2인 출전, 3명의 동일 포지션 선발 불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측은 예상대로 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12월 2일 정기총회 당시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안건은 없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선수 보유를 기존의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의 한 이사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확대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여론도 듣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체적인 선수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선수협 측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과도한 비용이 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국인 비중이 확대되면서 그만큼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이는 아마추어 야구까지 영향을 주며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당초 외국인 선수 1명 추가가 10구단 확대로 인한 선수 수급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선수 확보 사정이 한결 나아지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는 분위기다. FA 등급제를 통한 실질적 FA 공급 확대, 2차 드래프트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구단은 외국인 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일단 유보의 생각이다. 늘리기도, 줄이기도 쉽지 않은 여건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마저 축소될 경우 현 시점에서는 공급이 줄어든다는 고민은 있다. 한 구단 단장은 “물론 외국인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FA를 잡지 않는 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선수는 좋은 대체재가 된다. FA 몸값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선택지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좀 더 지켜봐야하지 않나 싶다”고 분위기를 대변했다.
다만 반대로 외국인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웬만한 외국인 선수 하나에 1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이 드는 상황에서 1명을 더 추가할 만한 여력은 마땅치 않다는 게 구단의 고민이다. 일각에서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이야기도 나오지만 ‘1군 성적’이 중요시되는 현재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효율 없이 추가 비용만 들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 다년 계약 허용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자 임무라고 할 수 있는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외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 중이다. 한편으로는 FA를 보는 구단들의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어 FA 몸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FA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팀들도 있다. 올해를 정점으로 FA 시장의 과열이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