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인투수 2명 아직도 미정
미국도 투수난, 현장-프런트 거리감
한화의 2017시즌 운명을 좌우할 외국인 투수 영입이 늦어지고 있다. 연내 마무리는 물건너갔고, 또 해를 넘겨야 할 분위기다.
한화는 지난 8일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투수 두 자리는 아직 묘연하다. 외국인 투수와 1명도 계약하지 못한 팀은 한화와 NC뿐이다. NC는 에릭 해커와 재계약 협상 중으로 확실한 보험용 카드가 있지만, 한화는 그마저도 없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외국인선수 영입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구단에 맡겨 놓았다"며 한 발짝 물러섰지만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전권을 내놓는 과정에서 구단에 "15승급 외인 투수 2명을 잡아 달라"는 조건을 내건 김성근 감독이었기에 답답함이 크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지금 미국도 투수가 없어 난리다. 우리나라 수준에 통할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 그나마 괜찮은 투수들도 미국과 일본 구단들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확실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점찍어둔 선수가 몇몇 있었지만, 미·일 구단에서 경쟁이 세게 붙은 탓에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화 구단은 최근 1군 투수코치들을 불러 외국인 투수 후보들의 투구 영상을 살펴봤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중에는 김성근 감독이 관여하던 때 이미 불합격으로 커트된 선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이 배제된 상황에서 투구코치들이 솔직한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의 외국인선수 영입 작업은 박종훈 단장이 이끄는 프런트가 진행 중이다. 김성근 감독이 고용한 미야모토 요시노부 편성부장이 미국·중남미로 파견을 나갔으나 중간에 먼저 들어왔고, 보직도 편성부장에서 내려와 운영팀으로 이동했다. 김 감독과 인연 있는 일본야구 쪽 정보원도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과 프런트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결정권은 구단이 갖고 있지만 김 감독은 제대로 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 하지만 구단도 '15승급 투수' 2명이나 바라는 김 감독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어려운 현실이다. 최대한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지만 쉽지 않다.
한화는 스카우트 담당자가 이미 지난주 귀국했고, 현지의 에이전트 쪽과 연락을 취하며 접촉 중이다. 다만 현지도 크리스마스부터 휴업에 들어간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다. 이왕 늦어진 만큼 확실한 선수를 구하기 위해 장기전도 불사할 수 있지만,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장기전을 하는 것은 모험이다.
올해도 한화는 외국인 투수 한 명의 빈자리를 3월까지 미루다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급하게 영입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내년 시즌초 성적이 무척 중요한 한화에는 시간이 금이다. /waw@osen.co.kr
[사진] 마에스트리(위), 서캠프-카스티요(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