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문제에 골치가 아팠던 한국도로공사가 드디어 임자를 만난 것일까. 새 외국인 선수 힐러리 헐리(27·184㎝)가 도로공사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도로공사는 25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헐리의 맹활약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2로 이기고 승점 2점을 추가했다.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후반기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무난한 리시브, 세터 이효희의 재치있는 분배,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도 돋보이기는 했지만 역시 이날 승리의 주역은 헐리였다. 브라이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 주 입국했던 헐리는 자신의 V-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이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7점(공격 성공률 46.37%)을 올리며 팀의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트리플크라운에 블로킹 1개가 모자랐다. 긍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경기 태도로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외국인 선수가 약했던 도로공사는 리시브가 되지 않았을 때 공격 성공률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중앙 공격수(정대영 배유나)의 공격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중앙 오픈 공격은 한계가 있었다. 공격에서 고전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하지만 헐리가 해결사 몫을 해주자 전체적인 공격 흐름이 원만해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이라는 압박감에 어깨가 짓눌렸던 양쪽 날개 자원들의 몸놀림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기본적으로 타점과 힘을 겸비한 헐리다. 여기에 블로커를 잘 이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려운 공은 의도적인 쳐내기를 하기도 하고, 토스가 좋을 때는 각을 자유자재로 만들며 상대 수비진을 곤혹스럽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2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호흡은 계속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체력 문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도로공사는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자원들이 많은 팀이다. 중앙에는 확률 높은 공격수들인 정대영 배유나가 있고, 날개에는 고예림 문정원 하혜진 전새얀 등 자원 자체는 결코 부족하지 않은 팀이다. 리시브를 보완해 헐리의 공격 부담을 조금씩 찢어줄 수 있다면 좋은 승부가 가능해 보인다. 도로공사가 후반기 대반격으로 V-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