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 못지않게 실패 사례 수두룩
1경기도 출장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어
잘 키운 보상선수, FA 부럽지 않은 시대. 하지만 빛을 보지 실패 사례도 수두룩하다.
KBO리그에 FA 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거액의 계약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FA 이적 선수들의 이면에는 타의에 의해 유니폼을 바꿔 입은 보상선수들도 있었다. 올해까지 FA 보상선수 이동은 총 40번 있었고, 2번 보상선수로 지명된 3명을 포함 총 37명의 선수가 보상선수 타이틀을 달았다.
손지환·이원석·임정우·홍성민·최승준 등 젊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문동환이나 김승회 같은 30대 선수들도 보상선수로 재기하며 보상선수 성공 사례를 이어갔다. 그러나 기존 구단의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빛을 보지 못한 선택들을 되돌아봤다.
▲ 2000년 투수 김상엽(삼성→LG)
FA 개장 첫 해였던 1999년 말 주전 포수 김동수를 삼성에 빼앗긴 LG의 보상선수 선택은 '왕년의 에이스' 김상엽이었다. 김상엽은 1989~1999년 11년간 삼성에서 통산 78승54패49세이브 평균자책점 3.35로 활약했다. 그러나 1997년 12승을 끝으로 하향세를 보였다. 1998년 8경기 3승에 그치더니 1999년에는 6월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그래도 LG는 김상엽의 재기를 기대하며 보상선수로 택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수술 후유증으로 2000년 2경기 6⅔이닝 2패 평균자책점 10.80에 그친 김상엽은 2001년 6월 방출되며 은퇴 수순을 밟았다.
▲ 2004년 외야수 신종길(롯데→한화)
한화는 투수 이상목이 롯데로 FA 이적하자 보상선수로 신종길을 데려왔다. 입단 2년차로 2003년 1군 40경기 타율 2할8푼4리 5도루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에서 1군 성적은 2004년 이적 첫 해가 유일하다. 49경기 타율 2할2푼4리 24안타 1홈런 10타점 4도루. 그해 9월21일 대전 두산전에 만 20세9월21일로 최연소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2008년 10월 KIA 외야수 강동우와 1대1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KIA 이적 후 잠재력을 꽃피웠지만 한화로선 별다른 소득 없는 선택이었다.
▲ 2005년 투수 이정호(삼성→현대)
현대는 박진만의 FA 보상선수로 삼성 투수 유망주 이정호를 뽑았다. 2001년 삼성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호의 계약금은 무려 5억3000만원.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지만 프로에서 부상으로 성장세가 더뎠다. 삼성에서 4년간 19경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5.55에 그쳤고, 2004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현대 이적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군복무를 마친 후 2008년부터 히어로즈로 바뀐 팀에서 1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3년간 16경기 21⅓이닝에 그치며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6.75에 머물렀다.
▲ 2007년 투수 신재웅(LG→두산)
2006년 시즌 후 토종 에이스 박명환을 LG로 떠나보낸 두산은 LG의 좌완 유망주 신재웅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그해 스프링탬프에서 메이저리그 명 투수코치 레오 마조니 인스트럭터의 극찬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신재웅은 22경기 1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4.61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만 24세 젊은 나이라 보상선수 지명으로 최상이었다. 그러나 어깨 부상 때문에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며 재활만 했고, 지명 1년 만에 방출 결정 통보를 받았다. 신재웅은 군복무를 마친 뒤 2011년부터 LG로 돌아가 활약했다. 두산의 선택보다 인내가 너무 부족했다.
▲ 2013년 투수 이승우(LG→삼성)
2012년 시즌 후 정현욱의 보상선수로 LG에서 삼성에 새둥지를 튼 이승우. 그해 LG에서 21경기 2승9패 평균자책점 5.90을 기록하며 1군 경험을 쌓았다. 당시 삼성의 좌완 불펜이 권혁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24세 군필 좌완 이승우 선택은 수긍할 만했다. 그러나 부상 때문에 모든 것이 헝클어졌다. 이승우는 삼성에서 3년간 어깨 통증으로 지루한 재활과 씨름했다. 1군 마운드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하며 2015년을 끝으로 방출됐다. 신재웅에 이어 1군 출장 없이 방출된 보상선수가 됐다. 최고 재활 시스템을 자랑하는 삼성 'STC'로도 한계가 있었다.
▲ 2014년 투수 김수완(롯데→두산)
2010년 후반기 롯데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김수완은 13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3년간 3승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성장이 멈췄다. 결국 2013시즌 후 최준석의 FA 영입 때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됐고, 두산이 그를 보상선수로 데려갔다. 만 24세로 젊은 나이라 충분히 반등할 것으로 가능성을 기대했다. 그러나 2014~2015년 2년간 11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0.80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어깨 부상으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 2015년 끝으로 두산에서 방출된 김수완은 현재 군복무 중으로 2년 후 복귀를 기약했다.
▲ 2015년 투수 정재훈(두산→롯데)
2014년 시즌 후 장원준을 FA 영입한 두산은 20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정재훈을 제외했다.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에서 베테랑 정재훈의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2014년 홀드 15개를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5.37로 데뷔 첫 해 이후 가장 높았던 것도 이유. 하지만 롯데는 유망주 대신 즉시 전력 보강 차원에서 정재훈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두산에서만 12년을 몸담은 정재훈에겐 충격적인 롯데행. 결국 롯데에선 1군 10경기 6⅓이닝 평균자책점 7.11에 그쳤고,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만 보냈다.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두산으로 돌아갔다.
▲ 2016년 투수 김승회(롯데→SK)
김승회는 성공한 보상선수였다. 2012년 시즌 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롯데에 이적해 마무리투수 자리까지 꿰찼다. 2014년 20세이브 평균자책점 3.50로 활약하는 등 롯데에서 3년을 보낸 뒤 다시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다. 윤길현의 FA 보상선수로 SK에 지명된 것이다. SK에선 인상적이지 못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24⅓이닝을 던지며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5.92에 그쳤다. 7월6일 문학 한화전이 마지막 등판으로 후반기에는 1군 전력에서 배제됐다. 첫 FA 자격을 얻고도 신청을 포기한 김승회였지만 시즌 후 SK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waw@osen.co.kr
[사진] 김상엽.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