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안투라지'는 왜 '안틀어야지'가 됐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12.25 09: 43

서강준 조진웅 이광수 이동휘 박정민이 주인공이다. 이 땅에서 떵떵거리고 잘 나가는 셀럽들이 카메오로 대거 등장했다. 스토리는 미국에서 성공한 미니 시리즈를 큰 돈 주고 사왔다. 이 정도면 안 되서는 안 될 드라마다. 그런데 쫄딱 망했다. 시청률 1%를 못 넘겼다. tvN '안투라지'다. 네티즌들은 제목을 약간 비틀어 '안틀어야지'란 부제를 붙였다. 그리고 정말 안 틀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3%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첫 방송에서 고구마 전개와 산만한 연출로 점수를 까먹더니 내림세를 탔다. 3회 이후부터는 시청률이 1%대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달 12일 방송분은 0.617%로 자체 최저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퇴장은 초라했다. 지난 24일 최종회는 시청률 0.736%(케이블플랫폼)로 전회(0.96%)보다 더 떨어졌다.
한 명 한 명이 드라마와 영화 흥행 보증수표로 불릴만한 톱스타 5명을 모아놓고 이렇게 '안틀어야지'가 되기도 정말 힘든 일이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성공한 미국 원작 드라마의 할리우드식 설정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제대로 'NG'가 났다. 캐릭터는 배우와 따로 놀았고 대사는 겉돌았으며 고구마 전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돼 인기를 끈 동명의 드라마를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이 마약, 성 스캔들 등 자극적인 에피소드로 큰 사랑을 받았기에 한국판 리메이크작에서는 얼마나 수위 조절이 됐는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지적됐다. tvN은 19금 할리우드 파티남들의 사생활을 겉만 핥았고 성적 묘사는 변죽만 울렸다.  
지난달 4일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서강준(차영빈 역), 조진웅(김은갑 역), 이광수(차준 역), 박정민(이호진 역), 이동휘(거북 역)의 '케미'는 찰떡이었지만 어수선한 스토리에 정신없는 연출까지 시청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흥미로운 소재도 많았다. 영화계 캐스팅을 둘러싼 이면의 뒷이야기, 스타들의 비밀 연애, 제작사의 횡포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숨은 민낯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산만한 에피소드들로 시청자들을 끝까지 사로잡는 데엔 실패했다. 
tvN 개국 1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출항한 '안투라지'호는 이렇게 시청자의 시야 밖으로 쓸쓸히 사라졌다. /mcgwire@osen.co.kr
[사진] '안투라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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