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도 1위’ 이재영, 최고 향한 성장 드라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25 06: 22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재영(20·흥국생명)은 V-리그 데뷔 후 수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레프트 포지션은 리시브도 받아야 하는 수비적 임무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자신의 마음대로 잘 안 됐다. 욕심과는 달리 기복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움츠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두 시즌 동안 거친 혹독한 적응기가 상처를 아물게 했다. 이재영의 리시브는 어느새 정상급 수치로 발전했다. 공격은 이미 충분히 검증이 된 이재영이다. 수비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선수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이재영은 올 시즌 흥국생명의 토종 주포로 팀의 호성적을 이끌고 있다. 24일까지 총 249득점을 올려 전체 6위, 국내 선수 중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 성공률(38.53%)은 박정아(IBK기업은행·38.96%)에 근소하게 뒤진 국내 2위다. 오픈·퀵오픈·시간차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도 모두 상위권이다.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33.93%)과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성장은 공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비 지표에서도 리그 1위다. 이재영은 24일까지 세트당 4.020개의 리시브 정확을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디그에서도 세트당 4.020개(전체 8위)를 기록한 이재영의 수비(리시브+세트)도 리그 전체 1위다. 팀 동료인 리베로 한지현(7.980개·전체 2위)보다도 더 많다. 공격과 수비 모두 맹활약이다.
이재영의 리시브 수치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에는 세트당 2.654개, 지난 시즌에는 3.480개였다. 데뷔 시즌에는 5위였던 이재영의 리시브 순위는 지난 시즌 3위까지 올랐다. 여기에 올해는 리베로나 다른 수비형 레프트들을 제치고 1위를 내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재영의 리시브 성공률은 45.15%로 수준급이다. 리시브 2·3위를 달리고 있는 리셀(IBK기업은행·42.6%), 에밀리(현대건설·41%)보다도 리시브 성공률이 더 좋다.
상대팀으로서는 흥국생명 공격의 핵심인 이재영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을 수밖에 없다. 잘 들어가면 발을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을 하기도 전부터 집중 견제에 시달리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부담감에 공격도 영향을 받고 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그것이 운명”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에이스’는 꿋꿋하게 털고 일어났다. 리시브 기복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이재영도 “이제는 즐긴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관건은 이 추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것. 지난여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휴식기가 짧았고 여기에 수비 부담도 커 체력 소모가 크다. 실제 이재영의 올 시즌 팀 내 리시브 점유율은 42.2%에 이른다. 하나하나 단계를 밞으며 성장한 이재영이 이 고비까지 넘길 수 있다면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전성기를 열어젖힐 수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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