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 리그 오프시즌의 특징은 ‘부익부 빈익빈’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팀들이 전력 보강 효과를 본 반면, 포스트시즌 탈락팀들은 오프시즌에도 고전하고 있다.
그나마 6위였던 SK는 ‘에이스’ 김광현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외국인 선수 인선도 마쳤다. 9위 삼성은 FA 시장에서 최형우(KIA) 차우찬(LG)을 놓쳤지만 우규민과 이원석을 영입하는 등 외견적으로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10위 kt는 여전히 FA 시장에서 황재균을 노리고 있다. 외국인 2명도 선발했다. 반면 올해 7위였던 한화, 8위였던 롯데는 조용한 행보다.
올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두 팀은 오프시즌 행보조차 아직 기대 이하다. 육성으로 방향을 고쳐 잡은 한화의 FA 시장 침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윌린 로사리오(150만 달러)와 재계약을 한 것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발도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미계약자인 황재균, 잠재적으로 이대호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롯데도 새 외인 투수 파커 마켈(52만5000달러)과 계약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각자 사정이 있다. 지난 몇 년간 FA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벌여온 한화는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반대로 혹사 등 여러 논란만 불거졌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도 큰 흠집이 났다. 이에 박종훈 단장을 새로 영입하며 프런트 야구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김성근 감독과 프런트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김성근 감독이 이런 괴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단의 장기적 전략 수립도 아직은 미완이다.
롯데는 FA가 급하다. 황재균을 잡는다는 방침이지만 황재균은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있다. 협상 테이블도 자연히 해를 넘긴다. 여기에 이대호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대호는 한·미·일 무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최적의 계약 조건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롯데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대호를 놓치는 시나리오는 가뜩이나 곱지 않은 팬들을 폭발시킬 수도 있다. 지금은 운신의 폭이 좁다.
그래서 회심의 반격 카드가 있을지 더 큰 관심이 모인다. FA 시장에서 철수한 한화는 외국인 인선이 키 포인트다. 가뜩이나 허약한 마운드가 부상을 만나 완전히 무너진 한화는 외국인 투수 2명을 무조건 잘 뽑아야 한다. 일단 준비하고 있는 실탄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한화가 보고 있는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 이들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험부담도 있지만 기다림이 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는 외국인 인선은 물론 황재균과의 협상에 오프시즌 성적표가 갈릴 전망이다. 황재균을 잡는다면 일단 기본적인 전력 누수는 없기 때문이다. 롯데도 차분하게 황재균의 방향 선회를 기다린다는 심산이다. 황재균에 이대호까지 잡는다면 단번에 오프시즌의 승자가 된다. 구도 사직을 다시 들끓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다.
다만 내년에 굵직한 FA 선수들이 더러 풀리는 롯데다. 마냥 큰 금액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 난항을 점치는 시선도 있다. 황재균과의 계약은 내년 협상 대상자, 특히 대어급으로 뽑히는 강민호 손아섭과의 내년 협상에 기준이 될 수 있는데 지나친 오버페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성근 한화 감독(왼쪽)-조원우 롯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