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해외진출 선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올해는 대상자가 ‘0’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의 벽, 그리고 국내 구단들의 후한 대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다.
2008년 이후 거의 매해 KBO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 진출했다. 2008년 임창용, 2009년 이혜천, 2010년 김태균 이범호, 2012년 이대호까지 일본 진출이 이를 이끌었다. 흐름이 태평양을 건넌 것은 2013년 류현진의 LA 다저스행이 기점이 됐다.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B)로 첫 직행한 사례가 된 류현진 이후 2014년 윤석민, 2015년 강정호, 2016년 김현수 박병호까지 매년 미국으로 진출한 선수가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 해외 진출에 성공한 선수가 없다. 오프시즌 전 전망에 비하면 의외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선수도 있었고, 최근 계속되는 성공 속에 MLB나 일본이 바라보는 평가도 좋아졌다. 특히 올해는 무려 6명의 선수가 MLB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을 받기도 해 “적어도 1명, 많으면 2명 정도는 해외에 나가는 것 아닌가”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최형우는 KIA와, 우규민은 삼성과 계약을 맺었다. 20대 후반의 투수로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던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LG) 모두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여전히 MLB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황재균이다. 다만 아직 MLB 3루 시장이 정리되지 않아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만족할 만한 제안을 받지 못한다면 역시 국내 잔류 가능성이 있다. 롯데, kt 등이 황재균을 기다리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만족스러운 제안을 받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 한 선수의 경우 계약기간 1년에 심지어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시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광현의 경우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팔꿈치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MLB 도전의 뜻을 접었다. 양현종은 요코하마로부터 계약 제시를 받았으나 가족과 상의 끝에 국내 잔류를 택했다. 옵션 비중을 놓고 고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만한 제안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 한 에이전트는 “몇몇 선수들이 해외에서 성공한 이후 우리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조건적으로 꿈을 좇기는 무리가 있지 않겠는가. 적어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수준의 제안이 와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한편으로는 국내 구단의 좋은 대우도 선수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고 볼 수 있다. 기량을 인정받은 FA 선수라면 일본과 국내의 금전적 대우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실제 차우찬은 일본에서는 만지기 어려운 4년 95억 원(발표액 기준)을 보장받았다. 김광현도 4년 85억 원에 계약했고 양현종은 1년간 22억5000만 원을 받는다. 최형우는 100억 시대를 열었고 우규민도 65억 원이라는 실리를 챙겼다.
이 에이전트는 “예전에는 해외 진출이 곧 금전적인 이득으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말할 것도 없고, 박병호와 김현수까지도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계약 아니었나.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내 구단들의 제시 조건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고 귀띔하면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당분간은 해외 진출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올해보다 더 없다. 다시 트렌드가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