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우리 망한 거야?"..'안투라지'의 자조 섞인 종영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2.25 06: 49

기대감을 관심으로 돌리지 못했다. 대박난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했고, 연예계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았으며 초호화 캐스팅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tvN '안투라지'가 24일 종영했다. 해피 엔딩을 이뤄냈지만 어쩐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돼 인기를 끈 동명의 드라마를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이 마약, 성 스캔들 등 자극적인 에피소드로 큰 사랑을 받았기에 한국판 리메이크작에서는 얼마나 수위 조절이 됐는지가 관건이었다. 
지난달 4일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서강준(차영빈 역), 조진웅(김은갑 역), 이광수(차준 역), 박정민(이호진 역), 이동휘(거북 역)의 '케미'는 찰떡이었지만 어수선한 스토리에 정신없는 연출까지 시청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이는 시청률 성적표에 고스란히 담겼다. 2.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안투라지'는 갈수록 내림세를 겪었다. 결국 3회 이후부터는 시청률이 1%대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달 12일 방송분은 0.617%의 시청률로 자체 최저 기록을 세우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분명 흥미로운 소재는 많았다. 캐스팅을 둘러싼 뒷이야기, 스타들의 비밀 연애, 제작사의 횡포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숨은 민낯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산만한 에피소드들로 시청자들을 끝까지 사로잡는 데엔 실패했다. 
24일 방송에서는 마치 본인들에게 향하는 듯한 대사가 눈길을 끌었다. 
차영빈은 영화 캐스팅을 두고 매니저 겸 친구인 이호진과 싸운 뒤 부산으로 내려갔다. 고향인 그곳에서 홀로 여행을 즐기려고 했는데 마음 편히 있을 곳은 이호진의 본가 뿐이었다. 이를 모른 채 이호진, 차준, 거북은 부산 집에 내려왔고 차영빈을 만났다. 
네 사람은 함께 태어나고 자란 부산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차준은 "부산국제영화제 때만 해도 우리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진짜 사건사고 많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거북은 "우리 망한 거냐?"고 물었고 차영빈은 "잘 안 된 거지"라고 답했다. 차준은 "그래 다시 시작하자"고 다독였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렸고 차영빈은 영화 '임화수'에 합류하게 됐다. 김은갑과 이호진과 오해도 풀었고 그렇게 1년이 흘렀다. 하지만 영화 개봉 날 어쩐지 이들은 불안해했다. 설상가상으로 차영빈과 안소희(안소희 분)의 과거 스캔들 기사까지 뒤늦게 터져 악플이 쏟아지기도. 
평론가 평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차영빈의 '임화수'는 대작인 '왜란종결자'와 맞붙었다. 차영빈은 관객 스코어를 걱정하는 이호진을 "성적 안 좋아도 괜찮지 않냐? 하고 싶은 영화 했잖아"라는 말로 달랬다. 그러나 '임화수'는 대박이 났고 첫 날 48만 명의 관객을 품었다.
김은갑, 차영빈, 이호진, 차준, 거북은 소주 한 잔을 즐기며 얼싸안고 감격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며 힘차게 걸었고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렇게 '안투라지'는 16부작을 마무리했다. 일과 우정을 모두 잡은 해피 엔딩이었다. 
"우리 망한 거야?", "하고 싶은 작품 했으니 성적 안 좋아도 괜찮지 않냐"는 대사는 마치 '안투라지' 스스로에 보내는 위로 같았다. 시청률은 몹시 아쉬웠지만 전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에 도전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고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배우들은 남았다. 
tvN이 개국 1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내세운 '안투라지'는 그렇게 2% 아쉬움을 안고 안방을 떠났다. /comet568@osen.co.kr
[사진] '안투라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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