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미국통신] 클리블랜드의 X마스는 전쟁이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2.25 06: 45

클리블랜드에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NBA 챔피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퀴큰 로언스 아레나에서 서부컨퍼런스 1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한다. 2년 연속 파이널에서 맞붙어 한 차례씩 우승을 나눠가졌던 금세기 최고 라이벌들의 맞대결이다.   
OSEN에서 한국 언론사 중 유일하게 크리스마스 매치를 현장 취재한다. 결전을 앞두고 있는 클리블랜드의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르브론 제임스 등 캐벌리어스 선수들을 라커룸에서 만나고 왔다. 

▲ 크리스마스 매치의 의미
EPL에 박싱데이가 있다면, NBA에는 크리스마스 매치가 있다. NBA 사무국이 새로운 시즌 경기일정을 짤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크리스마스 매치 편성이다. 목표는 뚜렷하다. 갖가지 스토리라인과 라이벌 구도를 총동원해서 최대한의 관심과 인기를 끌 수 있는 빅매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NBA가 1947년부터 크리스마스 매치를 시작했으니 그 역사가 매우 길다.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가장 자주 써먹는 관계가 바로 라이벌이다.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맞붙었던 두 팀이 크리스마스에 처음 복수전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NBA가 가장 흥행이 보장된 카드를 화려한 무대를 위해 아껴두었다. 클리블랜드는 르브론 제임스 입단 후 거의 매년 크리스마스에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홈코트에서 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우리 팬들도 이제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챔피언을 자랑스러워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코비와 샤킬 오닐의 관계가 주요 테마였다. 한 팀에서 3번의 우승을 합작한 두 선수가 적으로 만나는 경기는 흥행보증수표였다. 커리가 등장하기 전까지 코비 대 르브론의 대결도 무조건 통하는 카드였다. 코비는 무려 16번이나 크리스마스 매치를 치러 최다출전선수로 남고 있다. 선수와 감독을 모두 합치면 20회 이상 나온 필 잭슨이 1위다. 그는 2008년 성탄절에 통산 1천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 돈벌이를 준비하는 마케터들  
NBA는 크리스마스 매치의 성공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투자를 하고 있다. 뉴욕 NBA 스토어는 크리스마스 매치를 테마로 매장을 꾸민다. 마네킹이 커리와 르브론의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크리스마스 매치는 전미는 물론 전세계에 동시 생중계 되면서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한다. NBA는 특별광고까지 편성해 크리스마스 매치를 홍보하고 있다. 
NBA가 2013년 선보였던 ‘징글훕스’ 광고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임스 하든, 스테판 커리, 데릭 로즈, 케빈 듀런트, 스티브 내쉬 등 ‘NBA에서 한 슛 하는’ 스타들이 모여 슈팅으로 징글벨 멜로디를 연출한 장면은 매우 신선했다. 수많은 NG에 지친 제임스는 마지막 덩크를 끝내고 “제발 녹화하고 있다고 말해죠”라고 말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클리블랜드의 스포츠매장도 크리스마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홈코트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이 아니면 잘 팔리지도 않고 큰 인기가 없다. ‘챔스’ 등 클리블랜드에 있는 유명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클리블랜드 선수들 못지않게 골든스테이트 유니폼도 많이 팔리고 있다. 덕분에 캐벌리어스 유니폼 판매도 훌쩍 뛰었다고 한다. 두 팀의 용품을 나란히 진열해서 팬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던 것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단순한 화제를 넘어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고도의 능력. 이것이 바로 NBA의 마케팅 수완이다. KBL에 ‘통신사 라이벌’ 등 다소 작위적인 라이벌 구도가 있지만, 팬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마케팅 수익으로 연결하기도 어렵다. 반면 ‘전준범 데이’는 팬들의 큰 흥미를 끌어 적어도 관심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프로축구 K리그도 큰 인기는 없지만 서울 대 수원의 ‘슈퍼매치’는 제대로 먹힌다. KBL도 팬들이 확실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개발이 절실하다.    
▲ 전쟁을 준비하는 클리블랜드 선수들 
캐벌리어스는 24일 브루클린 네츠를 119-99로 박살냈다. 3쿼터에 이미 46점 차로 점수가 벌어진 일방적인 경기였다. 브루클린이 전날 골든스테이트와 붙고 온 것이 클리블랜드를 자극한 것일까. 창단 첫 우승으로 자신감이 넘친 클리블랜드는 안방에서 거의 무적이었다. 
경기 후 클리블랜드 라커룸을 찾았다. 대승에도 불구 너무 들뜨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브루클린전 대승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J.R. 스미스가 3-4개월 결장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골든스테이트와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어 긴장감이 흘렀다. 
르브론 제임스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수십 명의 기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가 속옷을 갈아입는 장면까지 생중계할 기세였다. 제임스는 “크리스마스 매치가 다음 게임이다. 우리 팬들에게는 아마 올스타전, 파이널과 더불어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성탄절에 5경기가 열리는데 올해도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제임스는 “크리스마스 매치는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우리는 최고의 팀과 상대하게 된다. 골든스테이트는 정말 잘한다. 마치 기름칠을 듬뿍한 기계들 같다. 최고의 훌륭한 선수가 4명이 포진해 있다. 정말 농구를 잘하는 팀이다. 하지만 성탄절에는 모두가 흥분되고 미치게 마련이다. 다음 경기에서도 우리는 농구를 할뿐이다. 경기에 대해서는 설레지만, 지나친 흥분은 자제하고 있다. 아주 큰 경기”라며 상대를 인정했다.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는 파이널에서 최초로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었다. 팬들은 아직도 그 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제임스는 “지금 골든스테이트와 7차전 시리즈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전 슈팅가드는 4개월 동안 나올 수 없다. 아직 골든스테이트와 제대로 싸울 준비는 돼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준비가 됐다”며 결전을 다짐했다. 
카이리 어빙은 “아마 모두가 우리와 골든스테이트의 대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아주 좋은 일이다. 하지만 라커룸 안에 있는 우리들은 차분하다. 그들은 새로운 선수가 합류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성숙해졌다. 작년보다도 서로의 농구를 잘 안다. 경쟁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동서부 최고의 두 팀이 최고의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타가 많은 클리블랜드다보니 취재해야 할 선수도 많았다. 클리블랜드에서 기본적으로 제임스, 어빙, 러브는 무조건 취재를 하고, 트리스탐 탐슨까지 인터뷰를 했다. 현지 기자들도 “빨리 기사 마감을 하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까.
케빈 러브는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외모로 여성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선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그는 땀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다. 미국기자들까지 ‘제발 향수 좀 뿌리고 다녀라’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러브는 라커룸도 가장 지저분하게 써서 완전 환상이 깨진 선수였다. 경기에 신었던 양말 냄새를 맡더니 “다시 신어도 되겠어”라고 빨래로 내놓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고 기자들이 경악을 했다. 
러브는 “골든스테이트는 정말로 슈팅을 잘하는 팀이다. 최고의 슈터들이 포진해 항상 어려운 경기를 한다. 드레이먼드 그린과의 대결은 항상 힘들지만 재밌다. 이번에는 우리 홈경기다. 물러설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가장 재밌는 선수는 트리스탄 탐슨이었다. 그는 “우리와 골든스테이트는 2년 연속 맞붙었던 사이다. 이제 얼굴만 봐도 지겹다. 자베일 맥기가 있으니까 난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해 기자들을 웃겼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클리블랜드=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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