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시리즈 정상은 두산 베어스의 차지였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의 우승 스토리는 질적으로 다르다. 지난해 두산이 도전자의 면모로 우승에 도전했다면,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왕좌를 수성했다. 그 결과 두산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 김현수의 공백 없었다, 김재환의 성공적 정착
지난해 정상 자리를 두산이 차지했지만 올해까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타선의 중심이었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떠나면서 타선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은 것.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두산은 김현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데 성공했다. 김현수의 대체자가 된 김재환은 3할 2푼 5리의 타율에 37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김재환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두산 타선은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김재환의 활약에 탄력을 받은 두산 타선은 어느 때보다 막강했다. 두산은 팀타율 1위(2할 9푼 8리), 최다 안타 1위(1504개), 최다 홈런 1위(183개), 최다 타점 1위(877점), 최다 득점 1위(935점)를 기록했다. 타고 투저의 시대에서도 어느 팀보다 막강한 타선의 활약에 두산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 15승 투수가 무려 4명, 막강 '판타스틱 4'
판타스틱 4는 올해 두산의 야구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1위를 달린 타선보다 더 무서운 것이 판타스틱 4다. 타고 투저의 시대에서 보기 힘들다는 15승 이상 투수가 두산에서 4명이나 나온 것. 올해 15승 이상 투수는 총 6명으로, 그 중 4명이 두산이었다. 한 팀에서 선발 투수 4명이 15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두산이 최초다.
타선의 도움으로 15승씩을 쌓은 것은 아니다. 두산의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인 4.45다. 그 중 선발 평균자책점은 4.12로 더욱 낮다. 판타스틱 4중 선발 평균자책점보다 높은 건 유희관(4.41)밖에 없다. 또한 판타스틱 4는 두산 전체 승의 75%인 70승을 올렸다. 판타스틱 4의 위용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한국시리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선발진의 활약으로 4전승으로 끝냈다. 판타스틱 4가 올해 두산을 대표한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다.
▲ 징크스 떨쳐낸 두산, 구단 첫 3연패 도전
올 시즌 전까지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해에 성적이 떨어지는 징크스를 겪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두산은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우승을 차지해 구단 첫 2연패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3연패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지금의 두산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축 내부 FA 선수들을 잡은 두산은 내년에도 전력에서 큰 변화가 없다. 외야수 정수빈과 투수 윤명준이 입대하는 정도. 게다가 중심 타선의 김재환을 비롯해 박건우, 양의지 등이 아직 30세가 되지 않았다는 점, 다른 주축 선수들도 대부분 30대 초반을 넘지 않는 점은 두산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연패에 성공한 두산은 또 다시 두 구단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한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