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독립 단체인 '출전 관리 기구(Entry Control body)'의 심의를 받는다.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전북의 2017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불투명하게 됐다.
올해 K리그 클래식 2위에 오른 전북은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 최근 조추첨에서 장쑤 쑤닝(중국),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 플레이오프 진출팀과 함께 H조에 편성됐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는 2월말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전북의 출전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전북의 출전 자격을 애들레이드에서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다. 애들레이드는 전북의 전 스카우트 A씨가 2013년 시도한 심판 매수를 지적했다. 전북이 A씨의 심판 매수 시도로 K리그에서 승점 9점 삭감과 제재금 1억 원의 징계를 받은 것과 별개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애들레이드의 지적이 있자 호주 언론도 보도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전북은 AFC의 '출전 관리 기구'로부터 출전 자격을 재검토 받게 됐다. 최근 출범한 '출전 관리 기구'는 AFC 소속 클럽들의 AFC 주관 대회 출전 자격을 검토하는 단체다.
하지만 '출전 관리 기구'의 재검토가 전북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출전 관리 기구'의 설립 배경 때문이다.
올해 AFC는 AFC 주관 대회의 출전 자격에 대한 징계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징계위원회에서 승부 조작에 연루된 프놈펜 크라운(캄보디아)의 AFC컵 출전권을 박탈했다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징계 철회 판결을 받은 것이다.
프놈펜이 연루된 승부 조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놈펜은 소속 선수 7명이 승부 조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나 CAS는 프놈펜의 손을 들어주었다. 선수 7명이 승부 조작을 한 것은 맞지만, 구단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론은 프놈펜에 칼을 겨눴지만 법리적인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CAS는 냉정했다.
이 때문에 프놈펜의 출전 자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AFC는 '출전 관리 기구'를 설립했다. CAS까지 가서 징계가 뒤집히는 촌극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AFC는 부정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징계를 내렸던 프놈펜의 경우와 달리 법리적인 근거로 출전 자격을 검토하기 위해 판사와 변호사 출신들로 '출전 관리 기구'를 구성했다.
전북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프놈펜과 마찬가지로 전북 구단이 승부 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법원은 A씨의 심판 매수 시도에 대해 인정했지만 심판에게 금품을 전달한 대가로 판정에 영향을 주는 등 승부 조작을 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구단의 직접적인 관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긍정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출전 관리 기구'는 국내 법원의 판결은 물론 AFC의 규정도 참고할 예정이다.
프놈펜의 경우와 같이 부정적인 여론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애들레이드의 주장을 여론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애들레이드는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잃을 경우 K리그팀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문제 제기가 공정한 경쟁이 아닌 자신들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AFC에서 요구한 전북에 내려진 징계에 대한 근거 및 회의록, 국내 법원의 판결문 등을 다음달 6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출전 관리 기구'는 이 자료를 근거로 재검토를 진행해 빠른 시일 내에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를 결정지을 계획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