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효과’, STL의 PS 복귀 필수 조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24 06: 00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전통 강자인 세인트루이스는 2016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간발의 차이로 탈락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가을잔치에 턱걸이한 샌프란시스코와의 승차는 단 1경기였다.
아쉬운 가정 중 하나가 “오승환을 빨리 마무리로 활용했으면…”다. 시즌 초반 팀 부동의 마무리였던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해 손해를 본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경기 중요도(gmLI)를 토대로 분석한 기록에서도 정확히 측정이 된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지난 10월 오승환이 경기 막판 좀 더 중요한 시점에 투입됐다면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성적보다 3.4승을 더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히려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주 투입된 선수는 좌완 셋업맨인 케빈 시그리스트였다. 오승환이 마무리로 전향한 이후에도 세인트루이스는 1.8승을 더 올릴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MLB 팀들은 가장 뛰어난 불펜 투수들을 이닝과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 쓰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포스트시즌은 결정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의 단비다. 단순히 1이닝만 막는 마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팀 사정에 따라 1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도 하고, 2이닝을 던지는 비중도 높았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의 이런 장점 때문에 자신의 불펜 운영 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결국 세인트루이스가 내년 포스트시즌에 복귀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오승환의 활용법과 오승환의 건재 여부라는 말이 된다. 좌완 브렛 세실을 영입(4년 총액 3050만 달러)하기는 했지만 오승환의 대체자보다는 시그리스트의 조력자에 가깝다. 오승환이 흔들리지 않아야 세인트루이스의 불펜 구상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전망은 긍정적이다. 오승환은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76경기에서 79⅔이닝을 던지며 6승3패19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는 불펜 투수 전체를 통틀어 5위에 올랐다. 말 그대로 기염을 토했다. 묵직한 구위, 냉정함, 실패 후 회복력, 이닝소화능력 등 ‘정상급 마무리’의 요건을 두루 과시했다.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지만 기량 저하의 기미는 전혀 없다. 오히려 MLB에서 더 성장하고 있다. 또한 세실의 가세로 오승환과 시그리스트에게 실린 부담도 덜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과부하에 가까웠던 두 선수의 몫을 나눠들 수 있는 선수다. 오승환으로서는 올해보다 한결 나은 여건이 될 공산이 있다.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서는 오승환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